며칠전 저녁
작은넘이 고등학교에 제출한 서류를 작성하며 묻는다.
'엄마~ 형은 뭐라고 써야해?'
'뭘?'
'형은 중졸..그렇게 써야 하는거야?'
'중졸은 무슨....고등학교 재학중' 그렇게 써야지
'아하. 그렇지~'
큰넘때 보면 고등학교 입학해서 며칠은 이런 저런 서류 적어내고
갖춰 내느라 바쁘더니
요번엔 좀 다르네. 몇가지 서류는 먼저 준비해서 오리엔테이션 하는날
가져 오라 했단다.
'엄마...'
'왜?'
'엄마는 평생교육원이나 뭐 노인대학 같은데 안다녀?'
'다니고 싶지..엄마 배우고 싶은것도 있고.. 근데 지금은 좀 시기가 그렇네. 왜?'
'아니..그냥.. 노인대학 나와도 학력에 대졸..그렇게 써도 되는 거잖어.
좀 한가해지면 다닐꺼야?'
'글쎄..그러고 싶긴 한데..엄마는 사진 공부나 좀 했으면 좋겠긴 하다.
엄마 꿈이 뭐였는지 알아?'
'글쓰는 거.'
'비슷하긴 한데..엄마 만화가 되고 싶었어. 엄마 너 만했을적에 만화 그림
그리는 거 좋아했거든'
'하지 그랬어?'
'엄마가 가방끈이 좀 짧잖어.'
'그거하고 뭔상관이야.... 하고 싶은거는 하고 살아야지.'
'아들~ 그게 하고 싶다고 다아 하고 살수 있는게 아니란다..'
그러곤 잊어버렸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막둥이넘이 엄마 최종학력 고졸..쓰는게 신경 쓰였나....싶은...
한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던 일인데.....
어쩔수 없는 환경도 있었고......
나 또한 공부에 대한 욕심 미련..그런거 별루 없었던 탓에
가끔 공부 좀 더했으면 좋았을껄..아쉬움은 있었어도 별 생각 안하고 살았는데
잠깐..자격지심이 느껴졌다는 사실....
아이 말 한마디에 김여사..참.....................................................
ㅎ..........
덧붙히는 변명을 좀 하자면..
왜 그랬는지 엄마 아빠는 참 힘겹게 사셨다.
두 큰집은 잘도 사셨는데 왜 우리집만 그렇게 지지리도 복잡했는지
그러면서 왜 할머니랑 작은아버지 고모는 다아 한집에 사셨는지 ....
지금 생각해도 알수 없는 일이지만 그랬다.
언니가 고등학교 시험을 보고 나서 몇날 며칠을 울었다...
욕심쟁이 언니는 공부도 잘했고.....고등학교도 가고 싶은데
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시고..
엄마는 언니를 달래시면서 야간고등학교에 진학했으면.....하셧던것 같다.
어느날..
무자게 춥던 그 겨울날 언니는 어린 나를 데리고 언니가 시험 쳐 놓은
고등학교에 찾아 갔었다.
학교는 못가도 몇등으로 들어갔는지..혹시 장학금 받고 다닐수는 없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교무실로 찾아갔지만..
그 어린 아이가 찾아가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등수는 가르쳐 줄수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왔었다.
그리곤 언니는 이불 뒤집어 쓰고 며칠을 울었던것 같다.
어린 마음에도 그런 언니가...참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다.
밥도 안먹고 울고만 있는 언니에게 이불 걷어내며 아버지가 손에 쥐어준
종이 쪽지 하나.. 그것은 등록금 영수증이였다.
등록 마감일까지 고민하던 엄마는 당신 얇디 얇은 반지 하나 있는거를 내다 팔아
언니 등록금을 마련했다고...
나중에 언니한테 들었다.
울언니......
죽어라 공부해서....3학년때는 장학금 받고 다녔던것 같다.
그렇게 여상 졸업하고....
돈 벌어 몇달을 모아 엄마 쌍가락지 부터 해 드렸던거...
내 기억속에도 있다.
회사 다니면서도 공부에 대한 미련 버리지 못하고..
서울서 직장생활 하면서 방통대 들어가서 죽을 고생을 했다.
왜 전주에 있는 방통대에 가서 출석 수업을 받아야 했는지 잘은 모르지만
한번씩 출석 수업을 해야 할때면 서울역에서 비둘기호 마지막 열차를 타고
밤새 내려와 면소재지에 있는 역에 도착하는 첫 기차...
밥먹고 버스 타고 나가서 직행타고 전주 학교로...그리고 다시 서울로...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하며 공부하면서 눈에 병이 생겨서 또 엄청 고생하고..
그런 언니 보면서 엄마 피눈물 흘리고..
그렇게 휴학에 휴학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포기했지만 후회는 없다 했다.
지금도 좀 버겁게 사는 언니를 보며 엄마는 깊은 한숨처럼 가끔 말씀하신다.
저것을 공부를 좀 더 할수 있게 해줬으면 좋았을것을...하고..
난..
그런 언니가..안쓰럽기도 했지만 이해도 안됬고,
낮에 일하고 새벽같이 면소재지까지 걸어나가 언니 기다렸다가 데리고 들어오는
엄마도 안쓰러웠다....
대학?
ㅎ...
꿈도 안꿨다.
나보다 더 잘사는 집 딸들도 야간고 가는 촌구석에서
자취까지 시켜주며 고등학교 보내준거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했었다.
여상 나와 직장 잡아 돈벌고 남동생 데리고 자취하며 밥해주고..
엄마 아빠 부담 안드리고 결혼하고..
내 과거..난 부끄럽지 않다.
난..
괜찮은데.. 괜찮은거 아닌가?......................
자격지심...가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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