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어렸을적~

그냥. . 2011. 6. 17. 21:20

어렸을적..

아빠가 뭔가를 하시면서 도장 몇개를 방바닥에

늘어 놓으셨는데

아빠 옆에서 만지작 거리며 놀다가

'어. 아빠 내 이름이다. 내 도장이야?' 반색을 하며 아빠에게 물었었다.

'어. 큰엄마꺼야.'

'큰엄마꺼? 큰엄마 이름하고 내 이름하고 똑같아!'

'그렇게 됬냐~ ' 하시며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시던 아빠가

무척이나 야속했다.

언니 딸, 나도 딸~

얼마나 미우셨으면 딸래미 이름을 형수 이름 그대로 가져다 쓰실

생각을 했을까..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었다.

그때부터였을께다

나는 내 이름이 싫었다.

그냥 싫었다.

큰엄마랑 이름이 똑같아서 싫었고,

너무 흔한 이름이라서 싫었고,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면...모르는 척 못들은 척 하고 싶을 정도로

내 이름이 싫을 때가 있었다.

여고시절...

우습지도 않게..

우리반에는 내이름하고 똑같은 이씨, 한씨가 있었다.

이여사? ㅎㅎㅎ

지금은 이여사가 되어 있겠지~ 반장이였고~

한여사는~ 키도 크고 이뻤다.

김여사는 나는~

이뿌지도~ 공부도 별루고~ 그랬는데

선생님들께서는 쓰리00 일어나 봐~

하면서 질문을 하시곤 하셨었다.

그때도 난 내 이름이 싫었다.

이뿐 이름이면 얼마나 좋아

부를때 마다 기분 좋아질텐데..

그러다가..

영어선생님이~

초강에서 유학 온~

그 훌륭하고 귀하신 영부인 이름을 가지신~ 너! 거기~

숙제 해 왔어! 하며 나를 놀리셨고~

그때부터 나는..........

짝사랑하던 그 영어선생님을 미워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이름...

그 이뿌고 아름다운 이름 다 두고~

왜 그런 이름을 울 아버지는 내게 붙혀 주셨을까~

나를 젤루 예뻐 하셨다는데 그것도 아니였나벼~

그러다가..

넘들에게 이름을 소개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괜한 자격지심에..

한글 이름을 말하고

좀 다른~

아니 아주 많이 다른~

남들은 관심도 없는 한자로 이름을 풀어 이야기 하는 버릇이 생겼다는...

뭐 한문으로 이름이 이뿌면 뭐해~

사람들이 한문 보나~ 한글보지~

암튼...

내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한참 뜰때도~

내이름은 한시절을 정상에서 보낸 영부인 이름과 같아요~ 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지금도 나는 이름을 적어 넣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악필인 글씨체보다~

이름이 더 거슬린다는..

그래도 개명을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왜냐구?

울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이름이니까~

나중에~

울아버지 옆으로 가서 아버지 뵐 수 있는 날~

따져 물어야겠다.

아버지는 왜 내 이름을 그렇게 지으셨느냐고~

그러면 울아버지 허허허 웃으시만 말씀하시겟지~

'니 이름이 얼마나 이뿐 이름인지 모르느냐~

겉모습이 이뿐 사람보다 속이 더 이뿐 사람이 진짜 이뿐사람인것처럼

니 이름이 그래. 딸아~ ' 그러실지도..

아니면

'그게 그렇게 걸리더냐? 일찍 말하지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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