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
아빠가 뭔가를 하시면서 도장 몇개를 방바닥에
늘어 놓으셨는데
아빠 옆에서 만지작 거리며 놀다가
'어. 아빠 내 이름이다. 내 도장이야?' 반색을 하며 아빠에게 물었었다.
'어. 큰엄마꺼야.'
'큰엄마꺼? 큰엄마 이름하고 내 이름하고 똑같아!'
'그렇게 됬냐~ ' 하시며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시던 아빠가
무척이나 야속했다.
언니 딸, 나도 딸~
얼마나 미우셨으면 딸래미 이름을 형수 이름 그대로 가져다 쓰실
생각을 했을까..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었다.
그때부터였을께다
나는 내 이름이 싫었다.
그냥 싫었다.
큰엄마랑 이름이 똑같아서 싫었고,
너무 흔한 이름이라서 싫었고,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면...모르는 척 못들은 척 하고 싶을 정도로
내 이름이 싫을 때가 있었다.
여고시절...
우습지도 않게..
우리반에는 내이름하고 똑같은 이씨, 한씨가 있었다.
이여사? ㅎㅎㅎ
지금은 이여사가 되어 있겠지~ 반장이였고~
한여사는~ 키도 크고 이뻤다.
김여사는 나는~
이뿌지도~ 공부도 별루고~ 그랬는데
선생님들께서는 쓰리00 일어나 봐~
하면서 질문을 하시곤 하셨었다.
그때도 난 내 이름이 싫었다.
이뿐 이름이면 얼마나 좋아
부를때 마다 기분 좋아질텐데..
그러다가..
영어선생님이~
초강에서 유학 온~
그 훌륭하고 귀하신 영부인 이름을 가지신~ 너! 거기~
숙제 해 왔어! 하며 나를 놀리셨고~
그때부터 나는..........
짝사랑하던 그 영어선생님을 미워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이름...
그 이뿌고 아름다운 이름 다 두고~
왜 그런 이름을 울 아버지는 내게 붙혀 주셨을까~
나를 젤루 예뻐 하셨다는데 그것도 아니였나벼~
그러다가..
넘들에게 이름을 소개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괜한 자격지심에..
한글 이름을 말하고
좀 다른~
아니 아주 많이 다른~
남들은 관심도 없는 한자로 이름을 풀어 이야기 하는 버릇이 생겼다는...
뭐 한문으로 이름이 이뿌면 뭐해~
사람들이 한문 보나~ 한글보지~
암튼...
내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한참 뜰때도~
내이름은 한시절을 정상에서 보낸 영부인 이름과 같아요~ 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지금도 나는 이름을 적어 넣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악필인 글씨체보다~
이름이 더 거슬린다는..
그래도 개명을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왜냐구?
울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이름이니까~
나중에~
울아버지 옆으로 가서 아버지 뵐 수 있는 날~
따져 물어야겠다.
아버지는 왜 내 이름을 그렇게 지으셨느냐고~
그러면 울아버지 허허허 웃으시만 말씀하시겟지~
'니 이름이 얼마나 이뿐 이름인지 모르느냐~
겉모습이 이뿐 사람보다 속이 더 이뿐 사람이 진짜 이뿐사람인것처럼
니 이름이 그래. 딸아~ ' 그러실지도..
아니면
'그게 그렇게 걸리더냐? 일찍 말하지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