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말 한마디 잘못해서..

그냥. . 2011. 6. 28. 13:09

넌 이름이 뭐니?

겨울 내내 잎사귀를 가지고 있어서 그냥 나무인 줄 알았는데

왜 그동안 몰랐을까?

이렇게 이뿐 꽃이 핀다는것을..

밥풀 같아.

꽃망울이

활짝 핀 모습은 애기별꽃 같고~

넌 이름이 뭐니?

니가 우리집 마당에서 살아온 세월도 그리 적지 않을텐데

니 이름을 여직 몰라서 미안타~

 

 

말 한마디의 위력?

그 말 한마디가 잘못 전달됨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작은넘은 이번에 절실히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반삭한 머리카락 이야기다.

내 아들 아니랄까봐 소심해서

걱정이 많은 넘이였다.

그런데 이번에 반삭하고 아서는 의외로 덤덤해서 성격 좋아졌구나..

속으로 쾌제를 불렀는데..

어제 학교 다녀오더니...

선생님한테 야단 맞을까~ 나는 그게 걱정이였는데

아들넘은

자신한테 쏠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너무 부담스럽단다.

보는 넘마다 합장하며 맞절하자 하고,

쉬는 시간마다 머리통 부비며~ 와우~ 설한빈 멋진데~ 하며

놀려댄단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별 말씀 없으신데

여느 선생님께서는 지나가며 스님 같다~ 하며 한말씀 하셨다고..

이렇게 시선이 집중될지 몰랐다고

부담스러워서 행동 하나하나가 불편하고 부자유스럽다나 어쨋다나.

점심 , 저녁 먹고,

화장실도 점심,저녁식사 후에만 가고~

가능한 한 교실에서 안 나왔다나 어쨋다나.

아~ 이동 수업 할때는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했다고,

급식실에 앉아서 밥을 먹는데 모슨 시선에 저한테 꽂히는 거 같아서

죽을뻔 했다나 어쨋다나.

'아들~ 당당하게 즐겨. 시선이 모이면 그 시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정말로

멋진 사람인거야~' 했더니

'엄마, 나 멋진 사람 아니여도 좋으니 머라카락이나 후다닥 길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말인데..엄마 모발촉진샴퓨 있데. 친구넘이 불쌍하다고 가르쳐 줬어.'

'뭔 샴푸~ 이넘아 세월 지나면 금새 해결 될 일을 뭐 그런게 얼마나 효과 있다고 그래~'

'하루라도 빨리~ 1mm라도 많이 자랐으면 좋겠단 말야. 친구들이 자로 제봤는데

글쎄 3mm야  아~ 내 인생 최대의 실수야 실수~'

'이뿌다니까~ 잘 어울려. 그렇게 머리 짧게 잘라서 너만큼 어울리는 사람 흔치 않거든~'

'그거야 엄마가 엄마 아들이니까 그렇게 보이는거구~ 머리 빨리 기르는 샴푸우~' 하며

조르기 시작한다.

내가 봐도 많이 짧다.

운동장에서 체육이라도 할라치면 머릿속이 빨겋게 익지 않을까..걱정이 될 정도로..

'아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줄 이제 알았지~

형한테 좀 물어보고 미용실 갔더라면. 그리고 미용사 아줌마에게 좀 더 정확히 니 의사표현을

했더라면 이런 상황은 안 벌어졌잖어.'

'긍게 말여. 그건 그렇고~ 머리 빨리 길게 하는 샴푸~'

뭐 효과는믿을 수 없지만..

아들넘 맘속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낼 수 있다면,

마음 편해지는데 일조를 할 수 있다면..싶은 마음에

인터넷 검색해서 주문했다...

 

아들넘은 말 한마디 잘못해서 그 아까운 머리카락이 다아 잘려 나갔고~

나는..

그런 아들넘을 둔 엄마로~

주머니속에서 얼마간의 댓가를 지불하는걸로

아들넘에게

마음의 부담을 함께 짊어주어야 하는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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