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지루한 일상에 찾아든 빛깔 고운 무지개..

그냥. . 2011. 8. 13. 21:40

 

 

 

'잘 지내니? 여행가자"

'언제? 어디로?'

'지금. 내가 전주 갈까? 니가 정읍 올래?'

'20분쯤 있다가 통화 하자 나 지금 운전 중~'

'ㅇ ㅋ'

결혼 18년 만에 첫 휴가 받아 혼자 내려 왔다고~

지금 정읍에서 은양이(고교동창 친구) 만나 점심 먹고 있다고..

바쁜 일정 없으니 전주로 가도 되고 정읍으로 와도 되고~ 그러길래

준비하고, 정리해야 할 일들이 있을것 같아서 전주로 오라 해서

이루어진 친구와의 뜬금없는 만남~

전주 터미널서 친구를 만나~

세상에 더없이 고맙고 반갑고 그리운 친구~

또 하나의 친구를 생각해 내고~ 

'은숙아 바쁘니?'

'아니 괜찮아.'

'나 지금 너한테 갈껀데 나랑 놀아 줄 수 있어?'

'어. 왜? 무슨 일 있니?'

'아니. 그냥 니가 마아악 보고 싶어서 나 지금 갈꺼니까. 너 오늘 나랑 놀아줘야 해.

너 집에 못 들어 갈 생각 해~'

뭔일이냐고 자꾸 물어대는 친구에게 그냥~~이라는 애매모호한 대답을 남기고

우리는 광주행 고속버스를 탔다.

주룩 주룩 비는 내리고........

뭔 일 있나..걱정스럽게 했던 봉선이는 말그대로 그냥 휴가 받아 내려온것 같았다.

광주로 향하는 동안 내내 신랑과 통화도 하고, 아이들과 문자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광주 친구네 가게 앞~

반갑게 먼저 두선 번쩍 들며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여준 친구 은숙이..

그렇게 해서

인천사는 봉선이 덕분에 셋우 뭉쳤다.

은숙이 결혼식날 뒤로 첨 있었던 일 같다.

둘이 따로 따로 만나긴 했지만 셋이 함께 만난건 그렇게 오랫만이였다는....

혼자만의 휴가를 즐기고 있는 ~

무계획~

무기한~

무걱정으로 내려온 친구에게 있었던 건

18년 동안 쉼없이 살아온 자기 인생에 대한 포상 같은...

그 귀하고 귀한 휴가 중에 나를 찾아 주었다는 사실이~

그 휴가에 동참해서 광주친구랑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너무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결혼식때 보고 첨 본~

은숙이 신랑도~ 멋진 중년이 되어 가고 있었고~

우린..우리대로 나이들어 가고 있음을 친구들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는....

가게 문 닫고 합류하신~ 은숙이 신랑도...

금새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은숙이는 아이들 때문에 두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신랑이랑 집으로 가고

봉선이랑 은숙이가 잡아준 여관에서 한잠 자고~

아침 일찍~ 무등산에 가자고~~ 전화통에 불을 내는~ 경은숙 내친구~~~

친구 신랑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친구의 두 아들넘도 보고~ 차로 무등산 전망대까지 올락 광주 시내를 감상하고.....

아이들도 해맑고~ 귀엽고...

너무 너무 행복한 이틀의 시간이 꿈처럼 흘러 갔다.

봉선이랑 다시 전주로 와서

봉선인 나머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정읍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야~ 다음에 또 뜬금없이 내려와 ~ 꼬오오옥~~~'

몇번이나 다짐을 하면서 헤여졌다.

머지않아...

곧...

광주사는 은숙이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부부동만 모임을 만들어서...함께 즐기기로 했다.

남자들끼리도 이미 인사는 나눈 상태고~

우리집 남자는 내친구 은숙이랑 봉선이라면 석달 열흘 싸돌아 다녀도

걱정 안한다는 사람이니...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모임 아닐까...

 

열심히 살아온 친구의 당당한 일탈에 대한 용기가

꽤나 부러웠다는..

또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자신감이 쑥쑥 자라났다는...

 

친구의 자기만의 휴가는

그 친구 뿐만 아니라 또다른 친구와

내 지루한 일상에 찾아든 빛깔 좋은 무지개 같은 이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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