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다음에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그냥. . 2011. 8. 17. 20:59

점심 좀 못되서 집에 들어왔다.

씻고 멍하니 앉았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었나부다.

그동안 우리집 남자는 이발까지 하고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서 부터

'밥먹자~ 밥먹어야지. '한다.

비몽사몽 벌떡 일어나 앉았지만

더위탓인지 습도탓인지 오늘도 난 찌뿌둥 뚱뚱..

'밥먹자고~'

'알았어. 쫌만 기다려 봐봐.'

'배고프다니까. 지금이 몇신데...'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나가며

'오늘 점심은 라면 먹으면 안될까? 찌개고 반찬이고 암것도 없네'

'라면을 먹던지....밥을 먹던지...'

가만 생각해보니 라면을 끓이나 청국장을 끓이나 시간이 거기서 거기 같아서

청국장을 후루룩 끓여 밥상을 차려

남편을 불렀다.

'너는?'

'이따가..입맛이 없어서..'

'그러니까 맨날 비실비실이지..'

'이따 먹을꺼야. 그리고 있잖아. 먹고 반찬 좀 덮어 놔' 하고는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밥상 하나 차리는데는 기본적인 시간이 들어가는데

우리집 남자 먹고 일어나는데는 뚝딱이다.

'냉장고에 넣었어?'

'그럼 넣었지. 안그럼 혼나라고..'

'혼나기는..'

가끔은 밥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저녁..

또다시 가스렌지 앞..

반찬이 하나도 없다.

올해는 오이고, 호박이고 가지고 텃밭의 것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해서

못내 아쉽다.

뭐 할까..

김치 콩나물국 끓이고, 감자 볶고, 감자전 부치고, 김치 볶고...

으음..그리고 비엔나소세지 좀 볶아 볼까~~

열심이 딸그락 딸그락~

그래도 비가 내려서 그런지  그닥 덥다는 생각은 안든다.

청국장 남은거 먹어야겠기에

콩나물김치국만 다음으로 미루고~

밥상 차려 내는데 거의 한시간이 홀딱 지나갔다.

'밥~~~' 이라는 말로 식구들을 불러 모으고..

식탁에 앉아 십분? 십오분~

온 가족 빠저나간 자리엔 빈 그릇과 젓가락 오고 간 흔적들만

가득하다...

하이고..저거 언제 다 치우나.....싶은..

'자갸~ 나는 이담에 태어나면 꼬옥 남자로 태어날꺼야...'

'그래라~'하더니 별 반응 없다.

나는 사실

왜 하고 물어주길 바랬다.

그럼 당당히 집안일에서 벗어날 수 있잖아. 하고 싶었는데..

우리집 남자 눈치가 구단인가 부다. 혹시 자기 앞에 설거지 몫이

떨어질까봐 살짝 피하는 센스~ ㅎㅎㅎ

휴우~

이렇게 해서 오늘 하루 아줌마로써의 할일이 끝나가고 있다.

아니 아니..다림질 남았네..

다림질.....

하루종일

내 일상의 일들이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였다.

아마도

어쩌면

이 여름이 다아 갈때까지 나는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

체력 바닥,

더위 지침........

어서 빨리 여름 가고 가을 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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