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2

7월 한낮 감나무 그늘아래

그냥. . 2012. 7. 2. 11:10

 

그때가 행복했지요.

 

말끔히 닦아놓은

시원~한 현관 앞 대리석 바닥에 누워

 

유리창 안으로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 사는 또다른 세상에 대한 궁금증..

 

언젠가는 우리도

꼬오오옥

저 안에 들어가 구경하리라

 

둘이 속닥 속닥 약속하고

다짐했는데

 

그날이 멀지 않아 보였었는데....

 

너무나 큰 착각을 하고 있었던가 봐요

 

옆집에

잠깐씩 마실 다녀왔을 뿐인데

 

옆집 아줌마도,

옆집 아저씨도 우리 귀여워 해주시는데

 

우리집 주인은 질투가 너무 심해요.

가지 말라기에

모른척 했지만..

감자야~

홍시야~

부르면

아무리 옆집

검둥이 아저씨도

노랑둥이 아줌마도 나몰라라하고

죽어라 뛰어 들어 왔는데...

 

 이뿌다 이뿌다 하면서..

구엽다 귀엽다 하더니

다..

다아..

거짓이였나봐요

 물론 알아요.

감나무 그늘 아래가 얼마나 시원하고 좋은지..

오래된 의자 밑이 얼마나 포근하고

아늑한지..

 

그치만 이건 아니잖아요

풀어주세요. 제발...

텃밭에 들어가지도 않을께요.

화분에 흙도 파해치지 않을께요.

꽃나무 꺾어서 물어 뜯는 일도 이제 안해요.

제발...

우리에게 자유를 주세요.

아무리 주인이래도

우리의 자유를 빼앗을 권리는 없잖아요.

제발...

.

.

.

.

 

 물론 알지.

너희들이 얼마나

이 마당을 좋아하는지

딸랑딸랑 방울소리 내면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은지

물론 알아.

 

 처음 우리집에 왔을때

두려워 하던 모습도 물론 기억하고 있어.

 

 현관 바닥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알고,

우리 들어가면 안되나요~ 하던

그모습마져도 얼마나 이뿌고 사랑스러운지도

알아.

 

오빠 신발에 코 박고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그 모습이 또 보고 싶기도 해

그치만...

화분을 망가 트려도,

꽃나무들을 헤집고 다니고

짙밟아 놓아도~

텃밭에서 말짓을 해도 다아 괜찮아.

괜찮다 했잖아.

그치만

옆집으로 마실 가는 건 안된다 했지.

옆집 노랑둥이 아줌마가

엄마 같고,

앞집 검둥이 아저씨가 아무리 아무리 아빠 같아도

안된다고....

가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 했잖아.

그곳으로 가는 길이

별거 있나 싶고 몇발자국 앞이고,

부르면 한달음에 달려올 수 있는 거리라 해도

안돼.

아침에도 큰일날뻔 했잖어

무섭지도 않니?

골목을 질주하는 차들이~

왜 말을 안들어.

그 무엇도 목숨보다 소중하지는 않아.

그것이 자유라 해도..

울지마.

못들은 할꺼야.

어리광 부리지마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홍시아~

그만 울어라 목아퍼

날도 덥잖어.

감자야.

다들 그러고 살아.

앞집 노랑둥이 아줌마도, 검둥이 아저씨도 그렇게 살잖어.

죽을것 같이 힘들고 답답하겠지만

금새 괜찮아질꺼야.

엄마 너무 미워하지 마.

 

'자유'

좋은 말이지.

그렇지만

그 옆엔  늘..

'책임과 절제'가 필요한 법이야.

그걸 잊지 않을 생각이 너희에겐 없으니

어쩔 수 없어.

 

홍시아~

감자야~

괜찮아.

금방 괜찮아질꺼야.

다들 그러고 살아

누구든 자기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사는 것은 없어.

홍시!

감자!!

힘내. 그리고 조금만 견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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