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햇살이 아낌없이 쏟아지고
연 이틀째 피곤이 파도처럼 밤람하여 온 몸과 정신을 지배한 날
13~ 4년 인연을 정리하기 위해 남편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 가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뭔지 모를 듬직함이 있었다.
번쩍 거리는 위엄을 안고 우리집에 처음 온 그날부터..
저만치서 미끄러지듯 다가오면
마치 믿음직한 내남편 처럼 듬직하서 나도 모르게 든든함이 생기곤 했다
무쏘290sl
우리 가족과 함께 한 세월이 결코 짧지 않은 만큼 수많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것 들까지 함께 해 준 우리의 가족이였던 .....
큰아이 초등학교 출퇴근부터..
작은아이 초등학교 입학 시키고.....
친정아버지 하늘로 이사 가시는 날 영정도 모시고....
아이들 함께 워터랜드며, 바닷가도 데려다 주고....
눈길에 미끄러져 저수지 쪽으로 구르다가 소나무에 걸쳐 죽었구나...싶은
경험을 남편에게 시켜주기도 하고,
전봇대도 들이 박고........
접촉사고도 내고,나고...
이 차가 우리 가족이 된 후로 좋은 일 보다 안 좋은 일들이 더 많아서
차 바꿔 버리라는 주변의 말들도 수 없이 들었지만..
우리집 남자나 나는 그냥 마냥 이 차가 좋았었다.
주인 잘 만났으면 깔끔하게 고급스럽게 인생을 채워 갔을텐데...
날마다 흙먼지에 박스 싫고 다니고,
부려만 먹고 청소는 게을리 하는 주인 만나 꿰재재한 모습으로 평생을 살았어도...
남편처럼 믿음이 갔었다.
그렇다고 우리집 남자가 꿰제제하다는 건 아니고~~~
어지간하면 고쳐서 더 쓰려고 했는데..
지난 봄에..
고치려면 이백은 들어야 하고, 팔면 백오십은 받을 수 있다 해서
포기했다.
그동안 어찌어찌 타고 다녔지만.......
일을 하자치면 무쏘보단는 더블캡이 우리에게는 더 필요하고...
겨울도 돌아오고...해서리~~~~
남한테 넘기기로 결정 했는데...
고사이 차 값이 더 떨어져서리.......
폐차하기는 넘 아깝고...타이어 바꾼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공업사하는 남편 친구에게 넘겼다.
뭔가...아련한 아쉬움...
그래도 사람 아닌 물건이라 서운한 감정이 덜 한 것이겠지.
마당 한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던 차가 빠져 나가고 비어 있어이
뭔가 어색하다.
우리집 남자.....
겨울철 눈길 미끄럼 트라우마 있어서...
내 차를....산타페로 바꾸고 싶어 하시는디~~~
난 그 차 운전 잘하고 다닐 자신이 없다..
내 수준은 딱하니 마티즈급 밖에 안되서리..
내년이면.....
소올급 suv나온다니 그때 생각해 보자 했다.
어쨋건...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지만...
무쏘야~~ 그동안 정말 많이 고마웠어.
깨끗하게 관리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고...
누구한테 가던지............
아님 영원히 쉬게 되던지.............
우리 가족은 아마 너를 평생 잊지 않을꺼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