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2

지금쯤 옥정호에는.....

그냥. . 2012. 10. 17. 20:06

 

지금쯤 옥정호에는 구절초들이 흐드러지게 피었겠지...

혹여...

오늘 내린 비에 고생하지는 않았을지...

고생 했드래도 어쩌면 구절초는..

사는건 다 그런거라고 순응하며 시들어가며 피어나며 사그러지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며칠 전부터 저기...

쪼오기 꽃 구경 가고 싶었는디.................

내일 가려고 날 잡아 놨는디..................................

별 일 없어야는디..

별 일이라는 것이..별것도 아닌..그냥...

우리집 남자 바쁘게 만드는 그런....

그런 상황만 안되었으면 좋겠따 싶다...

 

생새우탕이 보글보글 얼큰하게 끓고 있는디

아들넘이 '엄마~ 운동화 빨아야 해' 하면서 들어온다.

'젖었냐? 왜에..'

'웅덩이 딛였어.'

'조심 좀 하지... 춥잖어.'

'긍게 오늘 왜 이렇게 추워. 엄마 저녁 언제 먹어?'

'왜?'

'샤워 좀 해야할것 같어. 갑자기 추워저서 몸이 완전 감기기운에

휩싸인 것 같어.'

'그래 씻고 나와라 얼마 안 걸리잖어.'

'어~~~~~~~~~~~'

욕실로 뛰어 들어가는 큰넘을 보면서...

어린 넘이 추위를 왜 저렇게 많이 타나.....싶다.

젤로 추운 1월에 군대 가야는디....심히 걱정 스럽다.

더울 땐 별루 와 닿지 않더니

날이 추워지니 아들넘 군대 보낼 일이 목에 가시처럼 자꾸 신경 쓰인다.....

 

새우탕.....

무 나박나박 썰어넣고, 멸치 육수 내서

생새우 듬뿍 넣고, 호박이랑 두부 청양고추가루에 청양고추 몇개 썰어넣고 끓였더니

얼큰하니...시원한 맛에 뜨끈뜨끈........

껴 입었던 패딩 조끼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후끈하다...

그나저나...

우리집 반찬은 예전부터 

엄마표 마늘, 엄마표 양파, 엄마표 깻잎김치

엄마표 묵은지, 엄마표 파김치, 엄마표 배추김치, 엄마표 고추가루

엄마표 깍두기...

엄마가 다 책임 졌었는디..

그래서..좋기도 했지만..

아무리 딸래미래도 미안한 마음에 부담도 스러웠는디

어제는 설서방 좋아하는 청국장 띄우는 중이라고......

거기다 요즘은..

고모가 바다의 온갖 것들은 다 보내주시니...

식탁이 풍성하다.....

고모가 보내주신..이런 저런 것들에

의기양양....

딸래미 자랑이 늘어지신다....

날마다 뭔가 못 줘서 두리번 거리시는 울엄마,

엄마 먹고 싶은 거 뭐여~ 하고 물으신다는 고모...

나도...

울엄마 딸인디..

나도...

울엄마 맛난 거 많이 사드리고 싶은디....

중얼중얼 튀어 나오려는 투덜이를

꾸우욱....새우탕 한모금으로 눌렀다.

어머니 덕에 이렇게 맛난 새우탕 나  또한 잘 먹고 있잖어...

하면서.....

 

정말 춥다.

정말이지 춥다..

김여사 좋은 시절은 다 살았다고..툴툴 거리면서도...

난...

이 깊어만 가을이 참말로 좋다.

곧.......

눈길 닿는 곳 마다 억새가 손 흔들어 줄 것이고,

여기저기 단풍이 곱게 물들며 깊어가는 가을에 동참 할 것이고

후두둑 후둑 잔 바람에 낙엽이 지며 가는 가을을 배웅하면

포실포실...

목화송이 같은 첫눈도 그러고 보면 그리 머언 일은 아닐테니 말이다.

근디...

내 아들 군대 보내야 하는 날도 가까워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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