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3

어제 내린다던 비가..

그냥. . 2013. 9. 12. 21:25

어제 내린다던 비가

늦어서 미안하다는 듯

우두두둑 내렸다.

내렸다.............................

빗소리를 들으며

빗소리에 묻혀 즐겨듣던 라디오 소리마져

들리지 않는 가을의 들녘 한쪽 구석탱이에 앉아 있을적에는

무엇이든 풀어 낼수 있을 것 같은

실오라기들이 머릿속에 켜켜히 얌전하게도

정돈되어 있어서 생각도 감성도 말랑말랑했는데..

비 그치고,

일에 지치고,

세상에 찌들리고,

우리집 남자랑 투닥 거리고 났더니..

가을비도,

감성도,

뭔가 적어보고 싶었던 욕망마져도

잠시 우수수 쏟아지고는

언제 무슨 일 있었느냐는듯

시치미 떼고 있는 머릿속..

가을 이 깊지도 않은 밤에

귀뚜리 소리만 고요하다..

 

며칠 전..

'밴드'라고..

스마트폰 어플을 다운받아 가입하라는

친구의 카톡~

거기엔 30년 전 친구들의

알것도 같은, 또는 모를것도 같고,

전혀 모르겠을 이름들이

중학교 동창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있었다.

인숙이, 은숙이 귀례 기연이. 승래, 민호. 서윤이. 신자. 미애..........

가입하자마자

말 걸어 준 봉순이..

어떤 모습이였었는지

어떤 성격이였었는지

키는 얼만했는지

목소리는 어땠는지

전히 기억은 없는데

그저 친구라는 이름으로 반겨준다.

그저..어렴풋한 추억 몇가닥과 이름이 기억 저 편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낯익은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반겨주니 반갑고,

뉜지도..사실 이름도 가물가물한 친구의

사진 좀 올려봐봐~ 라는 말에.....

그럴까?

몇초 망설임도 없이 사진첩 뒤적이는 나를 본다.

흐....

살이 너무 빠져서..

암도 못 알어 볼꺼여....

나만 늙은 거 아녀?

그때 나는 뚱땡이였는디....

이런 저런 생각은 그 다음이였다는 사실..

가만...

가만히.....

30년 전으로 돌아가

나를 타인을 바라보듯 바라보니..

바람빠진 풍선 꼴이 되었다는 것,

머리 스탈이 바꼈다는 것

두아이의 엄마, 한남자의 마눌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세월을 그대로 거스르지 않고 받아 들이며 살았다는 것

그것 말고는 별반 다르지 않구나 싶다.

성격이나.

살아가는 태도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물론...

세월만큼 때도 묻도,

세월만큼 색안경도 쓰고,

세월만큼 걱정도 많아지고,

세월이 흐른만큼 생각도 많아지고,

세월에 시달린 만큼 겁도 많아지긴 했지만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든다.

나는..

그때도 있는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였는데

여전히 아줌마가 된 지금도 있는듯 없는듯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

그런데 그때 나는

내 성격이 조용하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내 성격이

징그럽게 싫었는데

지금 나는..그냥 그런데로 그런 나를 인정하며 산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니까.

 

언제 한번..

동창회 한다 그러면

나가볼까...그러고 있다.

 

내 앞을 스쳐간 세월의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누군가 두런두런 추억 나눌 사람이 그리워지는 건 다 똑같은 건가..싶다.

'지나간날들 >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법 쌀쌀하네.  (0) 2013.09.14
대리기사? 아니..개인전용 콜택시.  (0) 2013.09.13
술한잔 하러 간 우리집 남자..  (0) 2013.09.07
작은넘이  (0) 2013.09.07
한달 전쯤인가~  (0) 201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