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쉬고싶다고 떼쓰는 몸뚱이 일으켜 일 하고...
점심챙겨 먹고, 쉬는 동안
늦게 일어난 작은넘 밥달라 소리에
밥 챙겨주고..
일하고 들어와
저녁해먹고 청소기 돌리고나니 여덟시
빨래 널고, 씻고 다림질 하고나니
아홉시 이십분....
또다시 빨래 널고 제습기 돌려놓고
폰 좀 들여다 보고 앉았으니
피곤이 솜에 물 스며들듯 스며든다..
우리집 남자는 침대 위에서 텔레비젼에 빠져있고,
큰넘은 거실 쇼파에서
티비랑 컴이랑 폰까지..
한 머리로 어찌 세개의 전자제품을 감당하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고..
솜에 스며든 물 같은 피곤이....
변질되는 순간은 눈 깜짝 할 사이..
우울...또는 허망?
내가 나이를 먹나...싶은 생각..
도와주지 않는 우리집 남자도 서운하고,
컴앞에 일어나지 않는 아들넘도 섭하고~
분명..우리집 남자도 도와달라 하면 뭐든 해주마~ 할지도 모르지만..
분영 아들넘에게 엄마 컴 좀 하자~ 하면 두말 없이
알았어 엄마~ 할꺼라는 거 알지만..
그냥 쓰잘데 없이 마음이 복작복작 부글부글이다.
흐으..
이제 고작 아들넘 제대한지 6일째인데 말이다.
누리고 싶은 잉여로움이였겠지.
작은넘에게 문자를 넣었다.
'언제 오냐? 엄마 졸려~'
한참을 묵묵부답...
요즘 동아리 공연 연습하느라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바쁘다.
뭐든 하면 제대로 열심히 하는 넘이 좋기도 하지만
공연은 아들넘이 하는데
나까지 피곤해야하나...싶은 불뚝심....ㅠ.ㅠ
'지금 가고 있는 중~'한참 만에야 문자가 왔다.
열시 반이 넘은 시간..
빨래 널어 놓은 곳에 제습기 잘 돌아가고 있나...살피러
거실러 나갔더니
큰넘이 묻는다
'데릴러 오래?'
'아니 지금 오고 있데. 근디 너 언제까지 컴 할꺼여~'
'한빈이 데려오면 줄께.'
'이눔아 그럼 열한시여. 엄마 졸려~
하긴 컴으로 뭐 별루 할 것도 없어.'했다.
목소리에 최대한 감정을 싣지 않으려고 노력 하면서...
한참 후에 작은넘 문자 받고 데리고 들어 오는 길~
'밥은?'
'먹었어. 아저씨가 사줬어~'
'아저씨 말고 선배님~'
'삼십이시라는데 선배님 하기가 쫌...'
'그래도 선배님이지 이눔아~ 좀 일찍 올 수 없냐?'
'아니...안돼'
'안돼?'
'어'
'그럼 니가 혼자 걸어 와~'
'알았어. 뭐 비오거나 하지 않으면 걸어가도 되'
'정말~'
'어 난 별루 상관 없는데. '
'그럼 엄마가 어쩌다 한번 정말로 피곤할때
문자 넣을테니까 그때는 걸어 와~'
'알았어.'
'엄마 하루가 너무 길어. 일하고, 집안일 하고 너 기다리고....'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도 난 이미 걸어오게 하는 일은 없을꺼라 걸
알고 있다.
마음이 벌써부터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현관문 열고 들어서니
큰넘이
'엄마 배고파~' 한다.
'뭐 줄까?'
'뭐 있는데~'
'배 깎아 줄까? 아님 고구마 구워 줄까?'
'아니 고구마 귀찮잖어. 오래 걸리고~'
'엄마가 올려 놓고 띵~ 소리 나면 니가 꺼내다 먹으면 돼.'
'아니면 우유도 있고, 초코파도 있고, 홍시도 있다.
쥐포 구워줄까?'
'아니 뭐 간단하게 바로 먹을 수 있는 거 없어?'
하며 벽장을 열더니 컵라면을 먹겠단다.
'너 라면 별루라며.'
'자주 먹지는 않지 가끔은 먹어.'
지 알아서 물 부어 먹는다.
난...컴 들고 들어와..
엄마노릇 하기 쉽지 않다고 투덜 거리고 있고,
우리집 남자는 오늘고 아주 곤히 잘 주무시고 있다.
뒷골목에 낙엽이 수북하다.
비와 그리고 바람 때문이다.
한꺼번에 우수수 떨어져 내린 모양이다.
이제 곧 눈을 기다리고 앉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깐 피곤하고 졸렸었는데..
그리고 쫌 기분이 가라앉았었는데
작은넘 데려오면서 밤바람을 맞았더니
기분이 바로 좋아졌따.
나도 내 기분이 이렇게 들쭉날쭉하느ㅡㄴ지 잘 모르겠다.
그치만...
그래도 기인 우울이 아니여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누우면 졸릴까?
아님...내 좋아하는 드라마스페셜이나 보고 잘까?
난 단막극을 참 좋아하는데
요즘 단막극을 많이 하지도 않고,
또 너무 늦게 한다.
그것이 쫌 불만이기는 하다.
낼 아침 생각하면 바로 자야겠지만..
뭐......
내일 일은 또 내일 생각하면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