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5

수다.

그냥. . 2015. 9. 2. 19:42

아침 일찍 미용실로 향했다.

큰넘이 용케도 준비해 놓은 가족사진 촬영권을

이번 달 안에 써야하는데

그냥 가자니

안그래도 젤루 딸리는디 머리까지 부스스하면

안되잖어 싶어서다.

일치감치 미용실 옆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듣고 싶은 라디오 프로가 있어서..

아니 엇그제 보낸 내 편지가 오늘 혹시? 하는 마음에

듣고 앉았다가..

마지막 편지까지....나 사연보다 훨씬 맛깔난 사연들이 방송 되는 걸

듣고 미용실 안으로 들어갔다.

낯익은 원장님과.

첨보는 직원이

그리고 젊은 엄마 품아 안긴 세.네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 머리를

말고 있다.

아들은 죽겠다고 울지만~

그러면서도 안녕하세요~ 하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도 하고, 할껀 다 한다.

귀엽다.

그렇게 그아이와 미용실 분들과의 사투가 끝이 나고..

내 머리....카락...

별루 자르고 싶지 않기도 하고,

기운없고 건조한 머리카락을 잘라야지...싶기도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원장님이 가을이고 하니 좀 잘라 보는게 어떻겠느냐 싶어

좀 많이 잘랐다.

머리를 하면서...

하는동안...

미용실은 한산했다.

마치...나만을 위한 공간처럼..

이 미용실이 이렇게 한가한 곳이 아닌데 말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

원장님이 울 언니 나이쯤 되어서...

그리고..몇달에 한번씩이지만 몇년쯤 되어서 였을까?

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잡지 이번달꺼 새로 들어왔는데 볼래요~ 하길래..

아니요...그거 잘 안보여서 저는 이게 더 편해요~ 하고

폰을 들어다 보다가.....이야기를 했다.

'예전에 일기 써놓은 거...읽느라고....

'그래요? ~'

하면서 원장님도 자신이 예전에는 일기랑 가족 일기를 종종 썼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솔길로 가고, 숲으로 사고, 산으로 가고...

산속 깊은곳 음침하게 숨어 있는 동굴도 가고.....

햇살이 잘 드는 옹달샘에도 가고....

한참을 주절 거렸나부다...

한참을주절거리다 문득 드는 생각..

내가.....말이 ...참 많아졌구나...

나이 숫자만큼 말도 많아지는 건가..싶었다.

안해도 좋을 말..

굳이 해도 상관 없지만..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는 말까지 하다니...참....나..

말을 많이하면...

많은 말을 하고나면 꼭 이런 후회나 아쉬움이나 허탈감 같은 것이

남는다.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나벼...ㅠ.ㅠ

미용실을 나오는데..

비가 소낙비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진다..

잠깐...갓길에 서서 비가 좀 잦아들기를...

아니..내리는 비를 바라보기를 한참이나 하다가

금새 잦아 들 비가 아닌 것 같아서 조심조심 집으로 왔다.

비.....

간만에

그 답게 내렸다.

비 내린 다음이여서 그런가

바람이 살랑살랑 너무  좋기도,

가끔 싸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귀뚜리가 벌써 우네...

새벽녘에나 들리더니

오늘 잠시 내린 비가 계절을 훅 하고 잡아 댕긴 모양이다.

가을이 느껴진다.

귀뚜리 소리에서도,

컴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서도,

그리고..........살갗으로 스며드는 바람느낌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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