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3일이야.
한빈아 너가 엄마 편지 읽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날짜를 먼저 적어 넣기로 했다.
프린트 된 편지에는 날짜나 시간은 안 나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아마도 엄마 편지는 너의 그림자 처럼 몇발짝 뒤에 보는 날이 많겠지~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렸어.
여기는 비면 거기는 눈?
올 겨울은 비든 눈이든 좀 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저 엄마 욕심이겠지 싶으면서도 비가 내리니 마음이 착잡하드라.
무수면 훈련 무사히 끝냈어?
끝내고 잠은 푸욱 잤니?
호랑이 입문식~ 이라고 엄청 힘들다 하던데 그래도 지나고 보니 끝나 있지~
그래 그런거여. 그렇게 하나하나 어떻게 감당하나..싶던 훈련들도 시간 지나고 보면 끝나 있을꺼여.
물론 그만큼의 댓가가 필요하겠지만
피할수 없으니 즐기라 했잖어. 즐길수는 없겠지만 하면 해내면 그만인 것이여.
그러면 너가 승리자가 되는 거지. 어려움, 역경...그 힘든 훈련들을 다 소화해 냈다는 뿌듯함..자신감이
아마도 너의 한귀퉁이 떨어져 나간 자존감을 채워주는데 충분할 꺼라고 엄마는 생각한다.
아들~ 아픈만큼 크는거라 했어.
이제 마악 터널에 들어 간 듯 암것도 안 보일 수 있겠지만 아무리 어두운 터널이라 해도 눈이 적응하고, 몸이 적응하면
어느만큼의 공간 지각능력이 발휘되잖어. 그곳 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 해.
아직 많이 힘들겠지만 더 멋지고, 당당해질 니 모습에 엄마는 위안을 삼는단다.
참~
우리집 멍멍이 ~
엇그제 예방주사 놓는디~ 어찌나 힘이 쎄든지
형이 잡아도 팔딱 거리고 반항 해 싸서 엄마도 합동작전으로 그넘을 제압해서 주사 놓으려고 했거든
근데 도저히 안되는 거여.
그동안 살이 많이 쪄서는 늘어난 거라 곤 힘밖에 없는지 어쩐지...
그래서 형하고 나하고 포기하고 멍하니 서 있는데
우리 둘이 물러나니까 요넘이 저도 지쳤는지 얌전해 졌드라,
아빠가 머리 쓰다듬으며 너 아프지 말라고 그러는 거여....하며 살짝 주사바늘 꽂았드니
요넘이 주사 맞은 줄도 모르는 거 있지~ 흐흐흐흐...
완전 돼지여. 흰 돼지~
집에 들어 올때마다 멍멍아~ 하고 불러주던 니가 없어 그넘도 조금은 심심하지 않을까~ 싶다.
아들아~
오늘도 수고 했고~ 열심히 살아줘서, 아프지 않아줘서 고마워.
밥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로션 잘 바르고~
엄마 또 편지 쓸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