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마야.
2015년 마지막날 아침이야.
밤새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더니 온통 세상이 안개에 들어 앉아 있구나.
춘천 가는길에 뿌옇던 그 안개가 생각이 나는구나.
아들은 오늘아침은 제설작업으로 시작되었겠구나. 눈이 많이 왔니?
2015년 12월 마지막날에 제설이라...니 평생에 두고두고 남을 추억이 되지 않을까..싶다.
아들 일정은 오늘도 빡빡하게 채워져 있겠지
오늘은 뭐할까? 그 무섭다는 화생방은 지나갔을까?
요즘은 메일이고, 문자고, 보내면 바로바로 확인하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이렇게 니가 편지를 보내든 엄마가 편지를 보내든
며칠은 기다려야 읽을 수 있으니 가끔은 아들은 며칠 쯤 앞에 엄마는 너의 과거 속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참 새롭다.
인터넷 편지가 말야
엄마 어렸을 적 손편지 같은 느낌이야.
아들~
오늘은 어때?
너 입대한지도 2주하고 3일~
정말 많은 그리움들과 안타까움과 걱정과 안심들이 교차하며 쌓이고 쌓여서 꽤 많은 시간이 흘러 간거 같은데 뒤돌아보니 저만치 너 입대하던 날이 보이네.
2주하고 3일~
나라에서 주는 잠자라 어때? 기숙사 생활 해봐서 좀 불편하기는 해도 많이 어색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이젠 익숙해졌겠지.
나라에서 주는 밥은 어때? 그래도 제법 먹을만 하지 식판위에 비닐을 깔고 먹는 걸 봤다. 설거지 안해도 될것 같아 좋아보이더라.
나라에서 주는 옷은? 엄마가 보기엔 제법 잘 어울리던데....좀 더 따듯하게 보완해주고 싶은 엄마 욕심이 있는데 그건 엄마 마음이 아니니까..
나라에서 주는 잠자리와 밥, 그리고 옷~ 이제 용돈도 받겠네. 아들~
나라에서 맺어준 인연들은 어떳니? 서로 서로 살아온 지역이며 살아온 스타일들이 하나같이 다를테니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그들의 스타일에 맞춰 보는 것도 참 괜찮은 일인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관계 맺음에 대해서는 아주 많이 부드러워지고 유해지겠지~
계절이 계절인 만큼 많이 불편할꺼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계절을 그렇게 혹독하게 이겨내고나면 너의 새 봄은 훨씬 더 많은 면에서 한견
수월해지지 않을까...기대 해 본단다.
메도 먼저 맞는게 낮다고 혹독하게 견디고 나면...그 견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버겁고, 힘겨울지 알지만 동기들이랑 함께하는~
너혼자만의 것이 아닌 너희 모두의 것임에 서로 위하고, 협동하며 견디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일이기에 엄마는 새 봄이 자꾸 기다려진단다.
막둥이 작은아빠도 자주 전화하셔서 너의 안부를 묻곤 해.
아들아~
올해 15년도가 끝나가고 있다.
너의 15년도의 가장 큰 이슈는 니가 지금 거기 있는 거겠지
물론 엄마에게도 그렇다.
형때는...형 입대 했을때는 몰랐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엄마 또한 너를 마주 보게 될 그날은 어느만큼은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형은...큰넘이기도 하고, 집 옆으로 훈련소를 가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하지는 않았거든
넌...막둥이고, 막둥이라서 그런지 미안하지만 형처럼 엄마가 의지하게 되는 그런 마음은 좀 덜 해서 마음이 복잡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또 하는 이야기이지만 이넘의 추위가 너를 힘들게 할까봐서리~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니...예년보다 훨~~~~씬 춥겠습니다..하는 날들의 연속은 아니잖어.
이상기후니 따듯한 겨울이니 이런 말들이 엄마는 왜 이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물론..그곳의 추위는 니가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지독한 추이겠지만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년만의 최저기온~ 그러지는 않으니 그래도 감사할 일이다. 싶다.
아들아.
16년이 코앞이다.
15년도 끝자락 보름 보내기가 정말이지 만만치 않았지만 과거라는 이름으로 사라졌잖어.
니 앞의 16년도 또한...너무 높고 어둡고 깊어 보여서 어찌 빠져나가나...걱정이 되겠지만 하루하루 지금처럼 어제처럼 오늘처럼 살아가다 보면
16년도 마지막 날이다~ 라고 말하며 엄마가 아들에게 또 편지 쓰는 날 금새 돌아 올꺼야.
엄마가 바라는 것은..
엄마가 바라는 단 한가지는 몸도 맘도 관계도 건강하게....건겅하게..그것 뿐이야.
아프지 않다록 조심히고,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픈 일이 생기면 어렵고 불편하드라도 혼자 끙끙 거리지 말고 이야기 하고,
마음 또한 안으로든 밖으로든 긁히기도, 페이기도 하겠지만 금새 치유 될수 있는 단단함으로 건강 잃지 않기를 간절이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관계...
어렵지. 관계.. 좋은 선임을 만났으면..하는 마음~ 엄마 또한 너만큼이나 간절하지.
그에 앞서 좋은 후임이 되려고 노력해 보렴~ 모자라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 후임이면 날이 보태어 질수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윤활류 역활을 톡톡히 해 줄거라 믿는다.
동기들하고도 물론이고,
못하는 걸 보지말고, 잘하는 걸 봐주고, 탓하기 보다는 함께 길을 찾고, 니가 좋아야 내가 좋다는 마음으로 나와 너는 하나라는 마음으로
대하면 어떨까 싶다~
엄마가 너무 초인적인 말을 하지~ 미안미안...흐흐흐흐...
2016년도 한 해에는 건~~~~강하게 ~ 건강하게 복 많이 받아라.
엄마에게도 어느만큼의 복이 있다면~ 다아 아낌없이 모두 다아~ 너에게 보내련다.
엄마 복도 너 다~~~ 받아서
16년도에는 제발..건강하게 몸도 맘도, 관계도 건강하게 견디고, 감당하고 이겨내자~ 아들 사랑한다..
오늘 또한 눈 뜨면서 너를 생각하고 있는 엄마가...
2015년 12월 마지막 날에..
기드온 교회 사랑의편지 게시판에 글 쓰기가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몇번을 망설였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아들이 교회에 갈것을 알고, 부대로 돌아가는 손이 빈손이면 얼마나 쓸쓸하고, 마음이 시릴까..하는 마음과 엄마의 간절함을
기도에 대한 어떤 방법이나 예의도 모르는 중의 간절함이라도 하나님께서 알아주시고 위해주시고, 눈길 한번 주시면 얼마나 얼마나
감사하고 좋을까...싶은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 또한 있음이 부끄럽기도 하고.....가슴아프기도 해.
아들아~
너는 엄마를 용기있는 사람이 되게하는 가장 큰 힘이란다. 오늘도 수고 많이 했어. 내일도 화이팅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