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마야 오늘은 어제보다 좀덜추운가?
엄마가 느까기엔 그런데 아들은 어떨지 모르겠구나
오늘은 1월 14일 목요일이고 낮 두시 십육분이여
점심 먹으러 들어가는 길 우체통에 초록 색이 눈에 들어오는 편지 봉투가 있드라고
어찌나 반갑던지
진짜루 수료식이 얼마 안 남았나보다
수료식 안내 서신이 왔더구나
그속에 아들 편지는 본품보다 더 좋은 보너스 받은 기분이였어
끝은 정말로있을까? 싶었던 훈련소 일정이 끝나가고 있다니 얼마나 놀랍고 대견한 일이니
너도 놀랍고 스스로도 대견하지~
오징어 없는 오징어 국이라니 오징어들이 모두양구나라 추위에 다들 딴나라로 도망간 모양이여
그러게 80년대 밥상이라도 엄마가 밥 해줄때 많이 많이 먹지~
그래도 아들 군대 밥은 금방이고 엄마밥은 니가 원하기만하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으니 쫌만 견뎌 보자
양구엔 별이 많지
엄마가 지난 월욜날 너한테 편지 쓸때 별이야기 했었었는디 엄마가 깜짝 놀랐어 월요일편지 읽기 전이였을텐데 하고 말이여
텔레파시가 통했나 하고 기분 좋더랑게 ㅎㅎㅎ
아들
엄마가 다른건 몰라도 사격은 쫌 할줄 알았으~
아무래도 같은 종류의 사격은 아니더라도 해본거하고 아닌거하고는 많이 다르지~
그래도 사격 잘 해서 쉴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니 다행이여
추운데 기다림이 길면 힘들지
사격하는 사진 올라와서 봤는데 고랑 같은데 얼음이 으으으으 참말로 춥겠구나 했지
형은 요 며칠 집에 있다가 아까 군산 갔거든
엄마는 미용실이고
근디 엄마가 형네 청소하러 갔다가 냉장고 코드를 건드려서 그속
에 있는 것들이 다아 쓰레기가 되었다는 것!!
형은 가자마자 청소하고 난리 났겠지~
엄마 년초부터 사고 제대로 쳤으니 액땜 했다 할란다
아들 액땜도 엄마가 했으니 너도 올 한해 만사형통할꺼여
아들 엄마 미용실 왔어 낼 정읍서 결혼식도 있고 아들한테도 가려고 준비하는거지
아들 오늘 하루 남은 일과도 자알 해 내고 몸조심하고
저녁에 또 편지 할께
몸도 마음도 관계도 건강하자
폰으로 편지 쓰는디 힘들다 독수리가 이런 맘이겠지 싶어 ㅎㅎㅎ
아들 오늘도 수고했어
아들아~ 안녕!!!
지금 시간은 저녁 아홉시 삼십구분이고~ 오늘은...어...........1월 14일 목요일이여.
아들이 입대한지 딱 한달 째 되는 날이다.
지금쯤 쉬고 있을까? 아들은~
아님 야간 훈련이나 뭐 그런거 하고 있는거 아닌가...싶기도 하다.
엄마는 행군하는거나 숙영하는 거 아니면 야간에는 야외훈련은 없는 줄? 알았는디 야간사격 한 거 보니까
엄마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 같단 생각이 들었어.
사격하고 있는 아들넘을 뭣도 모르고~ 잘자라~ 했겠구나...흐흐흐...
천리안을 가졌음 좋겠다. 엄마가. 아님 훈련 일정표라도 지대로 알고 있음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모르는 것 투성이이니 오히려 엄마는 걱정을 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야간 훈련 받고 있는 아들에게 잘 자렴~ 하는 것
이것은 쫌 아니잖어. 그치..
오늘은 쪽달이 참말로 이뿌게 떴드라.
잉크빛으로 코팅 된 반질반질하게 닦여진 유리창 간은 하늘에 이뿐 쪽달이 엄마 아들 웃는 눈 같아서리
한참을 들여다 봤지~
어쩌면 울 아들도 저 달 보면서 훈련 받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고, 오늘은 야간훈련이고,
불침번이고 안 걸리고 푸욱 잘수 있었으면..하는 마음도 간절했지.
울..멍멍이~ 돼지시끼~ 흐흐흐...
배가 땅 달라 그런다.
지 엄마 살찌우려고 잘 먹이다 보니 옆에서 꼽싸리로 얻어 먹은 넘이 더 뚱띵이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폴짝 폴짝 잘도 뛴단다.
계속 뛰라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놀아주면 헤헤헤...웃는 얼굴이 예술이다.
아들~
은하수...
참말로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단어다.
푸른하늘 으은하수~ 하얀 쪽배에~ 하고 어린시절 손바닥 치며 놀이하던 생각이 나긴 하는데..
엄마 어렸을적에는 은하수는 뭐 별것도 아닌 밤하늘의 그냥 그거였는디 요즘은 계절도 계절이려니와
하늘이 옛날처럼 맑지 않아서 별자리가 잊혀지듯 이뿐 단어 또한 추억속에나 존재하게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 봤어.
아들 덕이 이뿐~ 은하수도 생각해 보구~
아들아~
오늘 하루도 정말정말 수고 많았지~
오늘까지 각개전투였을까? 숙영은 오늘저녁인지 내일저녁인지..아님 끝났는지
한겨울에 야외 숙영이라니 참말로 엄마는 갑갑하지만 아들은 온몸으로 감당해 내야하니 안쓰럽다.
그렇지만 해 내겠지~ 해 낼꺼여. 동기들이랑 함께 하는 거고, 어찌어찌 견디다 보면 이미 해냈다는 뿌듯함이
울 아들 가슴을 뜨끈뜨끈하게 하리라 믿는다.
엄마 믿음 채워주느라 울 아들 엄청 엄~~~청 고생 많다~ 그치 아들...
흐..흐..흐..
그래 믿는만큼 되리라는 걸 알기에 엄마는 아들을 믿고, 아들은 아들 자신을 믿고,
옆 동기를 믿고, 가르쳐 주시는 조교님들을 믿고, 하늘을 믿고, 핫팩을 믿고, 의지를 믿고!!
너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친지들과 세상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모아
니 가슴에 뜨끈 뜨끈한 모닥불~ 아니아니....뭐가 좋을까? 어........그래그래 성화 하나 불지펴 보자꾸나~
언제까지나 꺼지지 않고~ 후끈후끈 이글 이글 달아 오르게~
흐흐흐..
아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내일 하루도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침착함 잃지 말고~
우리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앞으로 사는동안 영원히~
몸도, 마음도, 관계도 건강하자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