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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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2016. 1. 13. 19:38

아들아~ 오늘도 안녕하지?

아침에 일어나 가스에 불 올리면서 주방 창밖을 내다 봤더니 세상이 온통 하얗더구나.

밤새 아무도 모르게 눈이 펑펑 쏟아졌던 모양이야. 눈 내린 세상이 참 이렇게도 무겁고 또 무겁게 느껴지다니

울 아들 있는 그곳엔 어떨까...싶어 걱정이 앞섰어.

오늘은 1월 13일 수요일이구, 지금은 저녁 일곱시 육분이야.

아들~ 오늘 무지 추웠지. 한파 경보 내려졌다고 그러던데 날이면 날마다 더해가는 추위가 정말 걱정인 날이였다.

얼은 땅은 바위 못지 않을텐데 오늘도 고생 많았어. 아들.

익히 경험해 보지 못한 추위가 낯설어 두렴움으로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잘 대비하기 바란다.

발가락 시리지 않았어?

엄마 오늘 일하는데 엄지 발가락이 어찌나 시리던지..울아들은 더 추울텐데...싶더라구.

지금도 여긴 눈이 오락가락 내리고 있어. 다행이 온도가 그닥 낮지 않은지 쌓이진 않는데 울아들 있는 곳에도

눈이 내린다니 내일 아침은 또 제설로 시작해야겠구나.

신나게 한바탕 눈하고 씨름하고 나면  아침 밥은 꿀맛이겠다~ 밥이라도 따듯하게 양껏 먹을 수 있었음 좋겠구나.

아빠는~

어제 종일 일하시면서 앓고, 저녁 내내 끙 끙 거리시더니 오늘아침은 언제 그러셨냐~ 싶게 쌩쌩해 지셨어.

겨울이니 아들도 먹을 때 너무 급하게 먹거나 그러지 않게 신경 쓰도록~

아들아~

아빠가 편지 한통 써주지 않아서 서운하거나 그러진 않지?

아빠는 독수리잖어. 그것도 아주아주 점잖고, 속도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독수리타법의 소유자~

거기다가 공개 카페에 글을 쓰시는 것이 익숙치 않은 모양이더라.

그렇다고 편지를 쓰냐~ 그것도 아니시지~

흐흐흐..

이해하렴..

아빠는 단 한번도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없다고 그러시드라.

그래서 엄마는 형 군대 있을 때 아빠에게 그 이야기 듣고 아빠 이해 하기로 했어. 물론~ 다정하게 몇글자라도

적어 주면 좋겠다......싶은 아쉬움 있지만~ 너도 알다시피 아빠가 그런 쪽으로는 좀 무뚝뚝이시잖어.

그러니 서운해 하지 않기~

그래도 아들 보러 간다고~ 일 접고, 2박 3일 일정을 비우는 거 봐. 물론 당연한거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들~

오늘이 수요일이다. 내일 목요일....그리고 금요일 어느날인지 확실히 알수는 없겠지만 완전무장

야간 행군도 있겠구나. 다음주인가?

막바지 산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침착하게 정복 해 보자꾸나. 몸 조심하고, 너의 발바닥이 멀쩡하기를 간절히 간절이

바래본다.

그나저나 날이 좀 풀렸으면 좋겠는디 이넘 계절이 한가운데로 접어드니 많은 부모들의 바램도 소용 없는지

날마다 춥다니....추위 대비도 단단히 하고, 추위에 몸 멍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아들~

1월이 참말로 길다~ 그챠.

이렇게 길고 긴 1월은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알차고 빡빡하고 바쁘게 살아 냈다는 증거겠지.

그 길고 길게만 느겨지던 지난 12월 1월 동안 너는 너도 모르는 사이 참 많이 성장하고 참 많이 성숙하고,

참 많이 근사해 졌을거야.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남자가 되어 가는게지.

삶속에 불필요한 시간은 하나도 없어. 그것이 어떠한 상황이라고 해도 그 것을 살아내든 견뎌내든

그만큼의 성장의 나이테가 또하나 늘어나는게지

울아들~ 지금도 굵직하고 단단한 성장의 테두리 하나 만드느라 고생 많지만 머지않아 두고두고 이야기 나눌

추억이 되어 아들 삶을 더 풍성하게 할꺼야.

견디고 나면 추억이라고 엄마가 그랬지.

오늘 하루도 견디고 이겨내느라 정말 정말 수고 많았어.

울아들 정말 고생했어.

아들아~ 잘수 있을 때 푸욱 자고, 든든히 먹고,

추위에 동동 거린 몸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마음도, 돌아보고 양보하고, 함께 해야하는 관계들 또한

건강하고 또 건강하기를 엄마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날이면 날마다 기도한다.

울아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엄마 또 편지 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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