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달이 이쁘게 뜬 새해 첫날 저녁이다.
좀 많이 신경 쓰였다.
좀 많이 조심스럽기도 했다.
아침에 먹을 국을 준비하면서도 쓰잘데 없는
신경이 쓰였던 날....
그렇게 조심스러웠던 것은 지나간 이제 과거라는 이름으로
저장되기도 잊허지기도 할 19년도가 너무도 요란했기 때문이였다.
조용하고 싶었는데...
얌전하고 싶었는데...
우리집 남자가 도와주지를 않네.
안쓰럽기는 하다.
한해가 바뀌는데도 별반 달라지지 않고 지지부진한 그 일이
그렇게 새해로 넘어 왔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인정하고 포기하던가
달려들어 쳐 부스던가.....
흐....
성질대로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 세상 일이 내 맘 같지 않으니 말이다.
친구...
나를
심리상담사 정도로 아는 친구....
새해 첫날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돌덩이 하나 큼직한 거 내 가슴에 올려 놓는다.
내 돌덩이도 무겁고만...
걍..모른채 하고 싶었는디...
어쩌다보니 또 들어주고 있다.
내가 문제인지 가가 문제인지..
내 기운이 쪽 빠진다.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기도 하지만..
어쩌다 가끔은 내 사는 것도 좀 물어 봐 주면 좋겠다는 서운한 생각이 든다.
나는....
무덤덤히
모범적으로
바람도 파도도 소나기도 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지
아님...
관심이 없는건지...
가끔은 서운하고
가끔은 안쓰럽고
또 가끔은 잊고 산다.
이렇게 돌덩이 하나 들고 와 이러쿵 저러쿵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오늘 하루가 또 가고 있다.
뭐 바랄게 있겠는가.
이 나이에
건강도 내 할 나름이고,
삶도 내 할나름이고....
우리집 남자도 내 할 나름일까?
건강도 내가 할수 있는 한계가 있고,
삶도 내가 어찌 못하는 부분 있고,
우리집 남자 또한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지
그게 당연한거지.
올해는....
더도말고 덜도 말고..
별 일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그렇게 좀 지루한듯 좀 나른한듯
그렇고 그런 날들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우리집 남자에게 술에 대해서도 잔소리 안 해 볼까...생각 중이다.
평생 마눌보다 더 가까운 술을
마눌이 잔소리 한다가 버리겠는가..
그렇다고 술이 과한 것도 귀가 시간이 늦는 것도 아니니....
그냥 내비둬 볼까...고민 중이다.
우리집 남자가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뜨개질에 미쳐서 날밤 새는 줄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거라고
생각해 볼란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우리집 남자는 날밤 새지는 않지 않는가.
나보다 낫다.
그래........
당신은 당신
나는 나..
그렇게 한번 지금보다도 한뼘만 더 거리를 두고 살아 봅시다.
지금 보다 한뼘만큼 더내게 관심 거두소...
나도 그래 볼라요...두뼘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