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수술을 하고 내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아침밥으로 부터의 해방이다.
죽을 만큼 버거웠지만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했던 며느리의 아내의 엄마의
가장 크다며 크고 하찮다면 하찮은 아침밥 먹이는 일...
나는 기본적으로 밤잠이 없다.
아니 기본적으로라는 말은 좀 아닌 것 같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아홉 시 열시는 나도 모르게 넘어가고, 좀 앉아 폰 좀 들여다 보고 텔레비전도 좀 보고
아들 들어오는 거 확인하고 어쩌다 보면 자정은 밥먹 듯이 넘나 들었다.
그러니 안그래도 아침잠 많은 내게는 죽을 맛..
거기다 몸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미련하게 그렇게 살았으니 내 몸과 체력은 최저치의
정점이 어디인지도 모르게 추락하고 있었던 거지
그렇게 수술을 하고 나서.....엄마집에서 요양을 하고 와서 달라진 건..
일을 조금 늦게 시작하드라도 쉰 새벽에 일어나는 일을 남편이 만들지 않는다는 거.
그러다가 남편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나서 부터는 예약해 놓은 밥에 찌개 등으로 가장 간단하게
본인이 아침을 해결하고 나간 다는 거다.
쉬운 일은 아니였을거다.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는 어떻게든 식탁에 제대로 차려서 먹어야 했던 25년 넘은 습관을 하루아침에
버리는 일은..
그렇지만 그렇게 했다. 남편은..
나도 처음엔 불편하고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어쩌다 아침을 차려야 하는 일이 생기면
귀찮은 마음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미안하게도.
아침... 작은 넘과 나의 시간을 절충하여 한 시간 정도 빨리 작은 넘을 깨워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일을 시작한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고, 비실 거리기로는 둘째 가게 생긴 작은 넘 아침 먹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그렇게 나의 일상에서 아침밥의 무게가 솜털처럼 가벼워졌다.
점심 먹고 나가는 작은 넘의 토요일 일요일은 말 그대로 김여사의 아침은 늘어짐의 정석이다.
커피 한잔으로 대신하거나, 폰 들여다보는 걸로 뒹굴 거리다가 허리가 아플 때쯤 일어나 움직인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날들도 종종 있지만 말이다.
내게 이런 여유란..... 그냥 그 자체로 행복이다.
오늘...
일요일 하루 쉬는 우리 집 남자
평소에 바빠서 못했던 일을 하느라 알아서 아침 해결하고 나가고..
나는 그보다 더 한참을 뒹굴 거리다 몽롱하다가 일어나 앉았다.
이 행복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일상에..
무거운 숙제 하나가 내 앞에 놓였다.
탄원서.
흐.....
접하고 싶지 않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해결해야 하는...
그래 해결해야지..
남편이 뼈대 잡아주고, 나는 살을 붙여 최대한 정직한 사실에 입각하여 가장 절실하고 아프게
우리의 사정을 어필하고 인지하고 인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다.
머리 정리하느라...
퉁탕대는 마음 정리하느라 블로그부터 들어왔는데 잘못 건드린 톡 하나가 내 블로그를 나조차도
낯설게 만들어 버렸다.
금세 또 익숙해지겠지.
인생 또한 이렇게 잠깐 실수로 바뀐 삶도 금새 익숙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