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하늘이 너무 이쁘다.

그냥. . 2020. 10. 1. 19:48

큰 산을 하나 넘은 듯한 피로감이 밀려든다.

삼십 년 가까이 넘어온 그 산은 아직도 버겁고 힘에 부친다.

요즘처럼 체력이 반토막 나 버린 상황에서는

두렵기까지 했다.

코로나 때문에 간소화 한다는 이들이 왜 그렇게 부러운지

혼자 차례 지내야 하는 엄마가 참 안쓰럽고 쓸쓸하겠다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의 근 팔십 평생에 가장 한가로운 명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엄마가 아들 며느리 불편할까봐 먼저 말 꺼내 내려오지 말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집은 그런 어른 안 계시나 은근히 부럽기도 했지만

산을 넘고 나면

뭔지 모를 뿌둣함 있듯이

명절을 함께 보내고 나면 또 뭔가 모르는 나른한 푸근함이 있기는 하다.

서로 신경 건드리는 형제들도 아니고

서로서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배려하며 지나가는 명절인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절이 힘들다.

거기다 추석 당엘 저녁은 아버님 기일도 챙겨야 해서

하루 종일 온 가족 삼시세끼 챙기는 일에 나도 지치고 동서들도 지친다.

이번엔...

남편과 형제들의 의견이 일치해서 

산소에서 아버님 제사를 지내고 오니 너무 좋다.

산길이 좀 험해서 힘이 들기는 했지만

그 덕에 풀냄새 듬뿍 들이키고

여뀌며, 찔레 열매며 코스모스며 산속에 들꽃들은 천변의 들꽃보다 

더없이 곱고 화려하다.

밤도 줍고, 바람도 즐기고, 햇살도 받고...

괜찮은 방법 같다.

산소 다녀와 점심 걱정을 하며 점심 먹고 가라 했는데

둘째네는 친정 가고, 막내네는 가져가는 반찬에 밥만 해 먹음 된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사라져 줘야 자기들도 쉬고 형님도 쉰다며

돌아갔다.

한 5년은 쓴 것 같은 휴대폰 배터리처럼  틈만 나면 나가 버리는 체력과 목소리...

오늘은 어제는 뭔 일인지 쌩쌩하더니

동서들 흩어지고 나니 밀물보다 더 무서운 기세로 밀려든다.

맘 편하게 뒹굴 거리다 

국수 데리고 나간 산책길에 만난 코스모스는

분명 어제의 그 코스모스가 맞는데 색이 더 곱고 예뻐 보인다.

명절 지났다고 바람은 스산하기까지 하고....

좋다.

 

 

이렇게 가을이 오고 또 가겠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체력이 예전의 70프로 정도만 유지해 주면 좋겠다.

파아란 하늘 말간 바람 빛나는 억새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에 바라 본다.

내 체력 돌리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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