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지난겨울

그냥. . 2020. 11. 30. 20:49

지난겨울 눈 내리던 날의 풍경이다.

저 아이는 

차갑디 차가운 눈이 배까지 닿는데도

좋다고 뛰어 다녔었지.

감기 걸릴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러지 않아서 더 좋았던 날이었다.

올해도 벌써 11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다.

수천 번도 더 말한 것 같기는 하지만

정말 세월 빠르다.

하루하루는 쉽지 않은데 계절이 바뀌는 속도에

내가 보폭을 맞추지 못하는 것 같아 버벅 거리는 느낌이 든다.

작년 겨울엔 눈이 참 없었었어.

올해도 그럴라나?

아이들이 운전을 하고 다니면서부터

눈 눈 하는 것이 좀 망설여졌다.

특히 작은 아이가 내 소형차를 끌고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눈이 반갑잖은 손님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폭신하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정말 좋기는 했다.

하루 안 나가지 말라 하면 그만인 것이다.

아님 버스 타고 하루쯤 움직이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닌가 싶다.

이렇게 시간이 또 흘러 겨울이 왔다.

겨울은 꼭 마무리의 계절인 듯 느껴진다.

꼭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긴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이니 

이렇든 저렇든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옆집 언니가 가르쳐 준.. 산책로로 산책을 갔다.

늘 가던 길에서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새로 난 길이 있고 그 길 따라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어서 도로 옆에 농로가 조성되어 

있는 길이다.

길이 낯설으니 멍멍이 발걸음이 뭔가 쫌 덜

발랄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있어도, 낯선 길은 저 아이를 긴장하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저 아이 믿고 가는데

내가 혼자면 이렇게 산책 나올 일도 없고,

이렇게 일부러 낯선 길을 찾아 걸일 일도 없는 것인데

저 아이 또한 내가 있어도 익숙하지 않은 길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 정도는 있는 모양이다,

그래 봐야 옆동네고, 

그래봐야 뒤돌아 가면 금방 아는 길인 것을 말이다.

낯선 길은 선택한 것은 그냥저냥

헝클어진 마음을 모른 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기는 하다.

그냥 가끔은 나도 내 마음을 내버려 두고 싶을 대가 있다.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길을 한참을 걷다가

익숙한..

그렇지만 잘 올라오지 않는 천변 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멍뭉이의 발걸음이 더 가볍고 발랄하고, 바쁘다.

그렇구나.

그래도 여기서부터는 아는 길이라고 너도 마음이 편한가 보다

 산책길에 자주 뵙는....

어디 사시는 지는 잘 모르는...

두 노년의 자전거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사이좋게 지나간다,

우리 부부도 종종 같이 산책을 하면 저렇게 사이좋게 보일까?
흐......

그렇다면..

보이는 게 다는 아니네. 뭐..

하긴..

그렇다고 사이 나쁜 부부라고 하기에는 우리도 

그럭저럭 잘 산다.

이렇게 

조금 삐걱거리면 산책 나가는 거부터 거부하는

우리 집 남자의 갱년기가

내 아들 사춘기 보다도 더 신경 쓰인다는 것뿐..

근데..

아들 사춘기는 걱정이 먼저였는데

남편 갱년기는 미운 마음이 먼저 드네

자기만 갱년긴가? 나도 갱년기야 쏘아 대고 싶은 마음도 들고...

어찌 됐건 

갱년기건 사춘기 건 다 싫다.

그냥저냥 살면 좋겠다.

하긴

어젠 며            느         라           기 가 어쩌고 저쩌고 그러더라.

참 붙이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바람이 싸아하다.

첫눈이라도 펑펑 오늘 저녁에 내려 주면 좋겠다.

큰아이도 쉬는 날

작은 아이도 집에 있는 날...

이넘의 코로나 때문에 마음마저 무거운 날

눈이라고 폭신하게 내려 주면 좋겠다.

흐...

그러기엔 밤하늘에 별이 너무 이쁘게 뜨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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