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송 포송 보송이에서
털옷을 시원하게 벗어 버렸다.
아니 벗겨 버렸다고 해야 맞다.
이 늦은 가을에 시원하게라는 단어가 어디 가당키나 한가 말이다.
뭔가 불쌍한 표정으로,
뭔가 불만인 표정으로 노려보는 저 아이는
지가 왜 이 추운 날에 이렇게 털옷을 벗어던져야 하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좀 답답하고만..
말 잘 듣는다.
아니..
이제는 아는 것이지.
잡혀 상자 안에 앉혀지게 되면 아......털이 밀리거나
발톱이 잘리거나 아니면 둘다 해야 하거나..
제법 미용은 잘 한다.
다리에 클리퍼 닿는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여서 거기서
달래가면서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4년 차 반 애견 미용사? 는 흐흐흐...
스스로 제법 만족하며 저 아이 전용 미용사 노릇을 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뭐 봐 줄만 하다.
솜뭉치에서 요다?로 변신한 우리 집 어르신을 보고 한 마디씩 한다.
못생긴 애! 잘생긴 애 어디 가고 못생긴 애가 왔어! 큰아이가 그러고
어디서 우리집 강아지는 없어지고 쥐새끼가 나타났어! 하는 막둥이
아이고~ 눈만 커 가지고 불쌍하게 생겼냐... 우리 집 남자도 한 마디 더하고,
이래도 저래도 우리 막내는 이쁘지~ 하며 나도 한마디 거든다.
역시
사람이나 강아지나 털빨이 맞는 모양이야.
그나저나
미용실 한 번 다녀와야 하는데.. 염색도 하고 머리도 잘라야 하는데
코로나가 게으름을 부추긴다.
코로나 감염 사람 수에서 언제 무관심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싶다.
지난 목요일로 결론이 지어진 스토리가
우리 부부를 힘들게 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우리집 남자는 그런 일 거의 없는데 입술이 부르텄고
나는 맥없이 코피가 이유 없이 한참을 쏟아졌다.
그래...
몸에서도 이제 끝이구나 놓자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다.
놓아야지.
서서히 희미해지겠지 잊혀지지는 않겠지만
유화에서 수채화정도로 연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