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허 하다.
그래 허 하다고 해야 맞다.
그리고
갑자기 한기가 느껴졌다.
옷을 껴 입고,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뜨거운 차를 마셔도
감해지지 않는 한기
체기가 화악 올라왔다.
꺼억 소리와 함께
속에 있는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 나올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행동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신경 쓰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차가운 사이다 한잔과 함께 밀려 나오는 꺼어억...
흐흐흐...
1년 반 동안 묵은 한숨처럼 밀려 나온다.
이제 끝인 것 같다.
더 가지는 않겠지.
그래 보였다.
어떤 이유인지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에
여기까지 왔지만
마지막 그자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래....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 벌이라는 것이 죄에 비해 너무 깃털처럼 가벼운 것 같아
뭔가 좀 그렇지만
그것이 이 나라의 법이라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남편의 표정은 읽을 수가 없다.
어떤 면에서는 좀 후련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
이제부터 진짜 새로 시작이다 싶다.
새로운 시작..
뜨거운 둥굴레 차를 마시며
생각보다 쉽게 내려 간
1년 반짜리 체기에게 굿바이를 고하며 이제 잊어야지
그리고 새로 시작해야지..
정말 정말 비싼 수업료 내고 배운 인생 공부
남편이나 나나,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어떤 지침으로 가슴에 자리 잡았으리라..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믿는다.
그래 그런다.
애썼다.
남편에게 화내지도, 잔소리하지도, 그 일로 큰소리 한 번도 내지 않은
나도,
그런 나를 안쓰럽게 바라봐준 남편도 잘했다.
그래 그럼 된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