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1

포근 포근~~

그냥. . 2021. 1. 13. 22:08

오래간만에 날이 화악 풀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바닥이 보이지 않던 산책로에 눈이 사라졌다.

산책로뿐만이 아니다. 해가 잘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 눈들도 밟으면

질퍽하니 발자국이 찍히면서 물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도 꽁꽁 얼어서 꿈쩍도 안 할 것 같은 눈도, 

걸어서 건너도 좋을 것 같았던 강도 흐물흐물 녹아들고 있다.

오늘은 징검다리가 있는 곳으로 산책을 갔는데 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봄을 부르는 것 같드라고.

아직 1월이고, 추울 날이 너무도 많이 남았는데도 하루 따듯하니

어깨 위로 아지랑이라도 피어 올리려는 듯 포근하고,

바람마저 살랑하게 느껴진다.

그래.. 이 좋은 햇살이 만들어 내는 이 상큼한 바람 

그동안 그렇게 춥지 않았다면 감사한 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따듯해서 참 좋은 날이었다.

 

나는...

남한테 부탁하는 것도 싫어하고, 내가 해 주기 부담스러운 것을 부탁하는 

사람도 탐탁지 않다.

어떤 사람은

남한테 부탁하는 것이 너무 쉽고, 다른 사람의 일을 내 일보다 더 앞서서

해결하려 바쁘다.

그래서 젊은 날의 둘은 엄청 많이 다투었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지금은 서로 많이 희석되었지만 가끔은 난감한 상황이 너무 

감당이 안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건 아닌데 싶은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툭 던지겠다는 저 사람을......

부딪혔다. 이번은 아닌 것 같다고 

이러쿵저러쿵... 물론 내가 늘 지고 말지만..

나는 마음이 너무너무 불편했다. 

그냥 내 맘 편하게 해 주면 안 되겠느냐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그렇지만 아니면 알아서 아니라고 하겠지. 왜 먼저 단정 짓느냐는.....

그래 다른 때 같으면 뭐 정이려니 내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더 서운해할 사람이지만

지금은 아닌 것이다....

이미 그래 하시고 싶으면 하고 싶은데로 하시요~ 하고 포기했지만 마음은 

정말 불편했는데..

뭔 마음이 들으셨는지 내 말대로 해 주시겠단다.

왜냐고 묻고 싶었지만 아무 말하지 않았다.

결벽증적인 나나 너무 쉽게 생각하는 그 사람이나.....

이렇게 저렇게 비슷하게 희석되어 가다가

거울처럼 비슷해지는 날은 오기는 할까? 흐.....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나간날들 >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이든  (0) 2021.01.15
화사함이 필요한 날..  (0) 2021.01.14
꽃 한단을 샀다.  (0) 2021.01.12
강이 얼었다.  (0) 2021.01.11
산책  (0) 202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