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같이 포근했다.
강 위로 물오리들이 떠다니거나 회를 치는 모습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얼어 돌덩어리처럼 단단하던 흙속에 작은 생명들이
봄인가 하고 슬그머니 얼굴 내밀까 걱정스러울 만치 포근하다.
산책 잘 다녀와서 저 표정이 뭔 일인지 물어보고 싶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된장 한 번 담가 보겠다고
분주한 엄마가 못내 서운한 모양이다.
일 해야 한다고 혼자 두고 나가고, 집에 와서는 뭐 그리 바삐 움직이느냐고
투정이라도 부리는 듯한 표정이다.
처음으로 된장을 담아 보았다.
메주를 씻어 햇빛이 말리고,
소금을 소쿠리에 받혀 녹히고.....
인터넷 뒤져 배운 방법대로 소금물에 계란을 띄워 보는데
쉽지 않다.
500원짜리 동전만큼이라는 것이 참 에매모호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만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기준이 참 에매 하드라고.
그래서 메주 구입한 곳에서 알려준 방법의 비율대로 물에 소금을 녹이는데
소금 양이 많으니 녹이는 것도 쉽지 않다.
쉽게 녹이는 뭐 좋은 방법 없나..... 생각해 봤지만
정성을 들여야 맛있는 된장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열심히 녹여
신문지 태워 소독한 단지에...
소독한다고 항아리 안에 신문을 태웠는데
다 타고 남은 재 털어내느라고 젖은 행주로 닦아 내면서 드는 생각
이렇게 젖은 행주로 닦아내면 신문 태워 소독한 거 효과 있나 싶은 거다.
흐.... 그래도 안 한 거보다는 낫겠지 자기 합리화를 시키고...
베란다 햇살 잘 드는 곳에 두었다.
맛있게 돼라 맛있게 되라 주문이라도 걸어 주고 싶은데
오늘은 너무 힘들어 얌전히 모셔두고
내일부터 날마다 항아리 닦아대며
맞나게 익어 주세요~ 맛나게 익혀 주세요~~ 주문을 외우려 한다.
잘 됐으면 좋겠다.
맛나게 되면 동서네도 좀 퍼줄까?
양이될지 모르겠지만...
잘 되면 좀 나눠 먹을 생각이다. 그리고
이번 거 봐서 내년에는 양 조절할 생각이다.
맛나게 잘 되면... 언니네도 동생네도 동서들도 조금씩 나눠 먹으면 좋잖아.
잘 됐으면 정말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