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1

날은 추운데

그냥. . 2021. 2. 4. 22:53

날은 추운데 

햇살이 좋아서 잠든 세상에 내린 눈이

사그라졌다.

없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눈은 이렇게 이쁘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젤루 좋은 것 같다.

질척이며 녹는다던가 반들거리며 얼어붙는 불편함이나

부담감 없는 깔끔한 사라짐..

그 눈이 더 이쁜 날이었다.

토요일 엄마네 가는 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남편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뭐라 하길래

한마디 쏘아 줬다.

내가 가고 싶다는데 왜 그래. 

엄마 생일 때 안가서 가려고 

나는 여기서 제사고 명절이고 몇 년을 챙기고 사는데

하나밖에 없는 엄마 생일도 모르냐. 어떻게 그래!

하고 쏘아 붙혔다.

23일 아니냐? 22일?

말을 하지 마 29년 됐다. 그니까 암말도 하지 마. 했다.

며칠이 좋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여기서 더 나가면 엄마 일로 또 마음 상하는 일 생길지도 몰라서

다른 이야기로 화재를 돌렸다. 

미안함은 있는지

아무 생각 없는지 

별 말없이 다른 화두에 신나 하는 우리 집 남자..

그래..... 뭘 뭘 기대하겠어.

내가 챙기고 살면 되는 거지..

어찌 보면 우리 집 남자가 저렇게 무관심한 것도 내 탓인 것도 있다.

결혼 초에는 어른들 눈치 보느라고, 명절 하고 얼마 가깝지 않다는 이유로

소홀했고,

그 뒤로도 습관처럼 그냥 전화 통화나 하고, 용돈이나 좀 보내 드리고

말았었다.

왜냐하면...

명절 사나흘 전쯤 과일이며 뭐 그런 것들을 가지고 엄마네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일주일이나 열흘 사이 명절까지 세 번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던 게 사실이고,

이번에도 가려고 했었는데 그 이유로...

사실은 마음에 조그마한 회오리고 불고 있어서

엄마가 눈치채고 속상해할까 봐 접어 버린 것은 사실이다.

뭐....

아주 무감각하거나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고마울 때도 많다.

나보다 일처러에 능ㅇ숙하고,

엄마한테 이런저런 살아가는 일 더 자상하게 물어봐 줄 때는

세상 미웠던 마음이 눈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

하나밖에 없는 사위가 그래도 다정해서 다행이다 싶을 때 많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

거기까지다

 

울 엄마

통화하면 말씀이 많으시다.

보통이 이십 분 이상은 하는 것 같다.

시니어 클럽에서 전화 왔었다고....

중학교 청소하는 일 하게 되었다고

희소식이라고 엄청 좋아하신다.

엄마가 좋아하시니 나도 좋다.

중학교는 집에서 그리 많이 먼 거리도 아니고,

옆동네 어르신이랑 같이 한다니

혼자 다니시는 거 아니니 다행이고,

날마다 집안 텃밭에서만 매달려 계시는 거 보다는

활력이 되지 않을까 싶어 다행이다.

아프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울 엄마는....

 

나는..

단순하게 살자

단순하게 잘살자 가 목표다.

마음도, 관계도, 단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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