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쾅쾅쾅이다
소낙비가 쏟아지는 소리보다 천둥번개 소리에 더 예민해져서 눕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앉아있는 멍멍이가 귀엽다
멍뭉 넌 저 우르르 쾅쾅 이 무섭니?
엄마는 한 개도 안 무서워 저게 뭐가 무서워 소리만 요란하지 창 밖에 있잖아!
소나기 있다는 예보는 보았는데 이렇게 요란할 줄은 몰랐다
비도 오고 날도 선선하고 오전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온 일 마저 가서 하고 오면 좋겠구먼 하고 생각만 한다
비가 너무 많이 오기도 하고 해서
커피 한잔 따듯하게 마시면 좋겠는데 주방까지 갔다 오기가 귀찮은 건 이건 또 뭔지
비 덕분에 도서관 안 가고 집에 있는 큰아이 빗소리 배경음악 삼아 책 읽고 있을까 폰 들여다보고 있을까
그나저나 어제 작은아이 움직였던 날이 오늘 같지 않았던 것은 참말로 다행이다 싶다
마당 수돗가에서 얼갈이랑 열무 절여야 하는데 비 핑계로 손 놓고 있다
핑계될 비가 있어 다행이다
가만히 오늘 오후는 빗소리나 들으며 보내야겠다.... 했는데
요란한 비 오래 못 간다는 거 세상이 알고 나도 알고...
사그라져 가는 빗소리가 어찌나 아쉽던지
잠시 꿈속에 발 들여놓았다가 비 도망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깼다.
그렇게 요란스럽더니 이렇게 도망가려고 그랬냐 싶어 미운 소리 한 바가지
던져 주고 싶었지만 사실은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밭에서 다듬어 온 얼갈이랑 열무를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절이기에는 불편하다
그리 해 본적이 별로 없어서..
그러니 그 불편함 덜어주려고 그쳐 준 비를 고마워해야지..
자신 있게 뚝딱 맛나게 담아내는 솜씨 있으면
뭐 얼마나 좋겠는가 마는...
나는 아직도 맛이 들쑥날쑥..
맛나거나 싱겁거나... 맛없거나.. 흐흐흐....
싱겁거나랑 맛없거나는 같은 말 아닌가?
어찌 되었건 맛나거나의 승률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맛없거나 승률이 쌓이는 동안 요령도 생기고 손도 빨라지고, 그랬고..
그러니 뭐든 아주 나쁜 것만은 없는 모양이야.
그러면서 괜찮네.... 내지는 맛나네.... 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싶기는 하다.
오늘 김치도.... 나름 괜찮은 거 같기는 하다.
그래서 맛나거나가 한번 더 늘어났으니 다음번에도 그 다음번에도 또또또 다음번에도
맛나거나... 괜찮거나 그랬으면 좋겠다.
사실 내 김치 담그는 실력이 엉터리인 것은 엄마 탓이 팔 할은 될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철철 히 열무 얼갈이김치에, 고구마순 김치에 깻잎김치에....
그리고 포기김치에 김장에 대부분을 책임져 주시니 내 실력이 늘지를 않는 거야.
울 엄마 김치가 세상에서 최고거든..
아프거나... 입맛 없거나 그럴 때는 엄마가 해준 밥이며 반찬이 최고더라고..
고마운 줄도 잘 모르고 당연하다는 듯이 여전히 엄마손 빌리는 일이 많은 김치..
이제 내가 정말 엄마만큼 잘해서 울 엄마한테 김치 나르기 바빴으면 좋겠다.
언제나... 언제쯤이나 울 엄마만큼 내 입맛에 쏙 맛는.... 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끊임없이 실패하고 실패하고, 맛없고 맛없고 맛없고 그러다 보면...
괜찮네... 오,... 괜찮아... 맛있는데~가 많아지는 날 금방 오지 않겠어.
그래서 올여름에는 정말 열심히 김치 담가 먹고 있어.
벌써 얼갈이김치만 세 번쯤 담았나....
울 엄마 오늘 저녁에도 전화 기다렸을지도 모르는데
안 했다. 일부러..
날마다 전화하니까.. 그러다 하루 빼먹으면.. 걱정이 늘어지셔서....
어떤 게 좋은 방법인 줄 모르겠다.
날마다 엄마 좋아하는 목소리 들려 드릴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혼자 계시는 엄마한테 안부 전화하는 것을 거르는 것도 옳은 것 같지는
않고...
어떻게든 접점을 찾아봐야겠다.
뭐 좋은 방법 없을까?
세탁기 돌아가고 있다.
그넘이 일을 다 해야..빨래 널고...내도 편하게 쉴것인디...
늦게 일을 시켰으니 기다리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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