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더워지고, 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가만가만히 사그라져 가고
바람도 후끈하다.
날마다 저녁때면 나갔던 강아지와의 산책이 어중간해졌다.
가족들이 일찍 귀가해서 저녁식사가 일찍 끝나면 설거지 담궈두고
동네 한 바퀴라도 돌고는 하는데
가족들 누구 하나라도 귀가가 조금만 늦어져도 산책이 어려워졌다.
나는 아직 견딜 만 한데
멍뭉이는 더워서 헉헉헉....
늦은 밤에 나가기에는 시골 동네는 어둡고, 인적은 너무 뜸하다.
어떻게든 잠깐이라도 동네 한 바퀴라도 돌기는 하는데
그게 이렇게 신경 쓰이는 일이라는 거....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베테랑 애견인 동서의 말에..
그래도 그것만 보고 사는데 싶은 마음도 있고,
한 번 무시해 두 번 귀찮아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산책시키는 일에
게을러질까 싶어 최대한 노력 중이다.
울 멍뭉이 그런 내 마음 알아주는지 산책이라면 아주 좋아 죽는다.
오늘도.. 두어 시간밖에 있기는 했지만..
산책이랄 수도 아니랄 수도 없는....
비닐하우스에까지 걸어가서 거기서 놀다가 앉아 쉬다가 나 따라다니다가
그러고는 들어왔는데 그래도 나름 만족하는지
떼를 쓰지는 않는다.
어제 일을 하고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데 잠자리 한 마리가 내 어깨에
붙어 집안까지 들어왔다.
내가 좋아 따라 들어온 것 같지는 않고...
어쩌다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금방금방 하는 거 같아서
베란다 한쪽에 내려놓고는.... 깜박했는데
오늘 낮에 문 열아 달라고 팔팔해져서는 베란다 방충망을 다다다 다다 날개로 두드린다.
문 열어주니 씽~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간다.
나 따라 들어왔다가 저 나가고 싶어 나간 잠자리..
죽을 줄 알았는데 어딘지 안 좋아 보였었는데 건강 찾아 날아간 듯해서 기분이 나름 좋았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