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 가는 게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어떻게 살았는지 왜 그렇게 정신이 없었는지 아무리 생각하고
되짚어 보아도 별 일 있었던 것 같지도 않은데 가을은 그렇게
슬그머니 왔다가 아침이슬마냥 스르르 사라져 가 버릴 모양이다.
오늘로써 올해의 시월도 마지막이네
일요일이라 남편이랑 아침을 먹고 강아지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일요일 아침은 보통 밥 차려 먹고 늘어져 있거나
일요일 상관없이 일하거나 하는데 이슬 잔뜩 묻는 천변은
또 다른 느낌의 가을이 있더라고
반가웠어.
늘 익숙한 바스락 거리는 마른 가을만 들여다보다가
이슬이 몽글몽글 내려앉은 가을 그 느낌은 나름 또 좋았어.
간만의 아침 산책이 우리 집 멍뭉이도 좋은 거 같아 보였어.
엄마네도 다녀왔다.
엄마는 늘 바쁘고 바쁘다.
봄 그리고 여름 내내 가꾸고 결실 맺느라고 바쁘던 엄마의 논은
이번 해에도 열심을 내어 최선을 다했노라는 듯 다 내어주고는
넉넉하니 하늘을 담고 있고,
아직 논둑에서 콩 다발을 거둬 드리는 엄마의 하얀 머리카락이
파란 하늘에 더욱 눈부시다.
엄마는 늘 바쁘다.
나한테는 바쁘게 살지 말라고 그러면서 엄마는 늘 바쁘게 산다.
움직이지 않고 멈추면 다시 움직이기 어려울 것 같은 나이 든 기계처럼
그런 마음이신지 늘 바쁘다.
쉼 없이 바쁨..
일상이고 인생이다. 그것이 엄마의 삶인 것이다.
아무리 말리고, 말려도 엄마는 엄마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음이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버거워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좀 쉬어쉬엄 그랬으면 좋겠는데
근데 그런 거 같아. 쉬엄 쉬어도 해 본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요령이라는 거......
나 같은
뜬금없이 갔다가
어제 담갔다는 무김치랑 텃밭에 상추, 시금치 그리고 무 거기다가
엄마 텃밭에서 따서 담근 복분자주 세 병까지..
한아름 안고 왔다.
울 엄마네 집은 도깨비 항아리 같다.
퍼내도 퍼내도 끊임없이 차 오르는 도깨비 항아리...
나도 울 아이들에게 도깨비 항아리가 될 수 있을까?
자신 없다.
엄마 절반만 하고 살아도 좋겠다 싶다.
시월은 바쁘기도 했고, 중반도 지나오기 전에 생활비가 바닥을 보여서
힘들었는데
11월은 좀 여유 있었으면 좋겠다.
근데 벌써...
아들 넘에게 보내야 할 택배들이 있고,
엄마 해 주고 싶은 것도 있고...
나도 사고 싶은 것도 있고.
어쩌면 부족하다 느끼는 것은 늘 한결같은 거 같다.
언제 어느 달 여유 있다 느껴 본 적 몇 번이나 있었는가 말이다.
얼마가 되었고, 어떤 식으로 살아가건 간에
나에게만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은 늘 어느 만큼 의 허무이고
어느만큼의 부족이고 어느만큼의 아쉬움인 듯하다.
물론 만족도 나른함도 풍요로움도 함께하지만
늘 그런 것들보다는 전자 쪽의 감정들이 더 마음에 남는 듯 싶다.
자야지..
요즘은 저녁잠이 많아져서 열한 시를 넘기는 일이 많지 않다.
10월이 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야.
아직도 시월의 마지막 밤을 찾는 나는 중년의 아줌마 맞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