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차 한잔 가지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뜨끈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한 모금 마셔도 보고
찻잔을 내려놓고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하얀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도 보고..
우리 집 남자가 맞춰 놓은 스포츠 채널에서 들리는
관심 1도 없는 격투기인가 뭔가의 소리에 귀도 기울여 보고..
따끈한 차 한모금 입안에 머금어 보기도 하고
2~3분쯤 그러고 앉아 있는데 별거 없네
오늘은 그냥
아니 11월은 그냥 10월의 게으름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앉았는데 별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확실히 그래 뭐든 규칙적으로 하는 게 중요해
한번 늘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촘촘히 당기기가 쉽지가 않아.
그래도 요즘 밤이 길어진 덕분에 저녁에 내 시간이 많아졌으니
뭐든 하기는 참 좋은 날들이기는 한데
뭐든 손에 잡히지가 않네
그냥 뭐 때문에 바쁜지 모를 바쁜 날들의 연속 속에서
그냥 쉬는 게 제일이지 폰이나 들여다보고 있는 게
최고의 휴식이 되어 버린 거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쁘기 시작하면 한 없이 바쁘고,
늘어지기 시작하면 한없이 늘어지는 시간을
쫓기지도 않고, 쫓아가지도 않는 적정한 속도로 살아가는 방법
뭐 없을까?
누가 뭐랄 사람도 없는데 내 일상에도 바쁨은 부록처럼 따라다니는 거 같다.
누가 던져 준 부록 인지도 모르는 그런..
아홉 시가 20분이 넘어가는데 아들한테 보낸 택배는 잘 들어갔는지
아직도 학교에 있는지 소식이 없고..
오늘은 잊지 않고 엄마랑 통화를 했다.
하루 건너 하루가 되어 버린 그러지 말아야지..
그냥 엄마 목소리 살피고 잘 계시나 살피는 잠깐의 통화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건너뛰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미지근해진 차를 마저 다 마시고
텔레비전이나 보고 좀 쉬어야지 싶다.
우리 집 방안은 벌써 깜깜 이이다.
초저녁 잠 많은 남편 덕분이다. 덕분에 내 수면 시간도 앞으로 제법 당겨진 느낌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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