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얗게 하늘 거릴 때까지 사진 한 장을 찍지 않았더라고
억새는 그래도 은빛일 때가 젤루 이쁜데 말이다.
늦은 산책을 하면서..
바람에 흩뿌려지는 낙엽을 보면서
괜스레 심쿵했다.
나는 그랬었다.
마당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커다란 창이 있었으면 좋겠고,
어렸을 적 보았던 족두리꽃, 과꽃, 봉선화, 다알리아 그리고 바늘꽃 구절초
귀하지 않은 꽃들이 있으면 좋겠다 싶고
비가람이 되는 평상이나 그네의자 하나 있음 더 좋을 거 같고
그 너머 저 멀리로 노을이 지는 바다의 일렁임을 눈에 담을 수 있으면 더더 없이 좋을 것 같다.
거기다가 커다란 나무 하나..
느티나무도 좋고 단풍나무도 좋구 플라타너스나 포플러 나무도 괜찮을 거 같아.
그늘이 아주 넉넉한...그러면서도 낙엽비를 원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가 마당안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내리는 게 좋다. 나는 하늘에서 내리는 거
비도 좋고, 눈도 좋고 햇살도 좋고... 낙엽비도 너무너무 좋다.
어느 날 상상했던 나의 노년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커다란 창가에 자리 잡은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거나 커피한잔 마시면서 내리는 낙엽비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
거기에는 남편이 즐겨보는 텔레비젼 소음과 그 옆에 늘어져 자고 있는 국수..
그보다 더 편안한 풍경이 있을까...싶다.
그냥 상상..
낙엽이 지는 걸 보니...
길 가장자리로 바람이 모아 놓은 낙엽을 밟으며
이 가을이 다시 또 깊어가는구나.. 상념이 깊었다.
어떻게든 무엇으로든 시간은 채워진다.
한가하면 한가한대로
바쁘면 바쁜 대로...
뜨개질이나 봉틀이나.... 손가락 놀음으로 채워졌는
나의 저녁시간이 다른 것들로 채워져 가고 있음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가끔은 뜬금없고, 또 어느 만큼은 안심이 되기도 한다.
맥주 한 캔의 알 딸딸이 기분 좋은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