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화면에 있는 달력이 하얗네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구나 싶다.
까맣게 하나 둘 칸칸히 채워지겠지
지길 기대 해 본다.
잘 모르겠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규칙이나 습관이다 보니
어느 날은 좀 성실했다가
어느 날은 또 마음 내키지 않으면 텅텅 비어
깔끔하기도 하고
깔끔한 달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없어서
좋을 거 같은데
좀 허전한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기억력이
기억이
내 좋을 대로 편집되는 거라고 그러잖아.
물론 일기도 내 좋을 대로 내 편에서 내식으로 적어 내려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쩌다 돌아볼 시간이 있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아... 이런 마음도 있었구나
되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사실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으로 남는 날들보다는 스치듯 지나가는 날들이
더 많은 거 같기도 해.
어쩌면 그만큼 살아가는 데 대면대면 해졌다는 이야기도 되고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해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비 많이 맞아 본 황토마당 마냥 단단해졌다는 것이기도 하겠지.
지금은 뭐 그냥 누리네 고양이 유튜브 보는 것이 최고의 힐링 같다.
실과 바늘 없이도 겨울 이 길고 깊은 밤이 짧게 지나가는 유일한
즐거움은 누리네 고양이들과 그 집사님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