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 날인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눈이었으면 엄청났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비 내리는 창밖 스산한 겨울을 내려다봤다.
겨울날에 비가 내리면 그래.. 정말 스산하고 쓸쓸해
눈이면 이쁘다 포근하다 생각이 들 텐데 말이야.
대상포진 예방 주사를 맞았다.
굳이 맞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1~2년 전부터 맞으라고 열두 번도 더 걱정을 하는 엄마에게
맞았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뭐 그다지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는데
자꾸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아프면 안 되는데 싶은 생각이 자꾸 드는 거다.
그래서 아끼고 아껴 두었던 재난지원금으로 남편이랑 둘이 보건소 가서 맞았다.
비 내리는 날이어서 그런지 보건소는 한가했다.
이 좋은 시설에 이 좋은 건물..
상주해 있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사람보다 더 많아 보이는 것은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일까..
좀..
교통이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 싶은
아쉬움이 들었다.
오후 내내 뒹굴 거리다가
저녁 먹고, 호박죽 끓이고, 고구마 삶아 놓고...
오래전에 친구들 모임 하는 날 비가 많이 내려서
모임에서 우산을 하나씩 사서 나눠 가진 적이 있다.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우산 쓸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우산은 멀쩡한데 손잡이가 끈적끈적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닦아내도 끈적끈적..
버리자니 너무 아깝고, 추억도 있고.... 그냥 쓰자니 묻어나지는 않는데
찝찝하고..
뭘 감아볼까... 하다가 접착식 바이어스가 있길래 감아 놨다.
쓸만하네..
떨어지면 뜨개질로 주머니 하나 만들어 끼우면 되겠다는 생각이 이제 들었다.
그래.. 뜨개질 모자가 더 낫겠구나 싶네..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몇 안 남은 느티나무 잎사귀가 사정없이 휘날리겠다 싶다.
남편 들어오는 모양이다.
거실서 망부석처럼 기다리던 우리 집 멍뭉이가 아빠 왔다고 짖어댄다.
저리니 안 이뻐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