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는 참 쓸쓸하게 만든다 사람을...
아침 일을 나가려는데 흐린 줄만 알았던 하늘이
뜬금없이 울고 있어서 멈칫했다.
뜬금없는 울음인지 어떤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어제 들여다본 날씨 어플님께서는 비가 있다고 일러주질
않으셨기 때문에 뜬금없음이다.
이 겨울에 비 오거나 흐린 날 일하는 건 참 싫다.
내가 아무리 추위에 용맹스러워졌다 한들 어디 김여사의
추위에 대한 두려움이 한두해 묵은 거야 말이지..
오늘같이 비 내리는 날은 그냥 암것도 안 하고
창문 넓은 아... 그래..
산책 다니는 천변 넘어 새로 생긴 커피숍 거기 통창으로 들여다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벽난로에 피어오르는 열기에 계절을 잊고
뜨끈한 차 한잔과 편안 사람 그랬으면 싶지만
사는 게 어디 그런가
오늘을 보내려면 오늘만큼의 주어진 시간을 보내야 하고,
그 주어진 시간 속에 내 일상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지는 못하고
삐뚤빼뚤 내 맘같이 어수선스럽더라도 채워져야 하니
오늘도 나는 날씨와 상관없이 내 일상을 묵묵히 채워간다.
손끝이 시리다.
들어와 아들과 김치볶음밥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처리하고
마지막으로 비닐하우스 안에서 거두어들인 고추를 씻어
채반에 담아 물 빠지도록 창고 앞 처마 밑에 펼쳐 놓았다.
누가 알았던가 2월이 다 되어갈 때까지 저렇게 빨간 고추를 수확하게
될 줄을..
예전만 치는 못하지만 말리면 적어도 삼십 근 이상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뿌듯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처음에는 재미있더니 날이 추워지고 보니
밖에서 물로 씻어야 하는 일이 만만찮은 부담이었던 것이다.
씻고.. 꼭지는 말려서 떼기로 하고
그나저나 한 겨울의 이 비가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고 맘도 시리게 하네
두어 시간 가까이 밖에서 물질을 하고 들어 와
커피 한잔 마실까.. 하다가
캐모마일차라 마시자 하다가..
생강차나 마실까.. 아니야 무거워.. 하다가..
둥굴레차를 집었다가
아까 우리 집 멍뭉이 간식 주다가 눈에 들어온 말린 소국이 눈에 들어와
잔뜩 컵에 붙고... 시럽 몇 방울 내려트려 뜨끈하게 들고 들어왔는데
쓰다..
국화가 너무 많이 들어갔어.
약도 아니고..
단것도 쓴 것도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둥둥 뜬 꽃송이를 걷어내고 싶지만 주방까지 다시 걸어 나가기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시간 흐르고 꽃차는 식어가고...
물을 먹은 꽃들은 제 알아서 컵 밑으로 잠수를 시작했지만..
향만 좋고 맛은 약인 차를 미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것이 어디
차 탓이어야지.
욕심껏 담아낸 내 탓이지..
비가 온다.
오늘 산책은 방 안에서 실과 함께 오디오 북 속으로나 해야 할 것 같다.
그냥 비 오는 날은
여전히 뭔가 주절 거리고 싶은 김여사의 이러쿵저러쿵 이었다.
그나저나 저 국화차 어쩌나...
버리기엔 선물 준 사람에게 미안하고..
먹자니 내 미간에 주름 하나 더 늘어날 것만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