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눈이 왔다.

그냥. . 2022. 2. 1. 22:18

차례를 지내고 설날의 꽃인 새배와 복돈 행사를 끝내고 보니

눈이 펑펑펑 내리고 있었다.

정읍 다니러 가기가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새벽에도 눈이 와서 제법 순백의 세상을 만들었더니 

어느새 기온이 올랐는지 짙어진 세상의 색채 위에

하얀 색을 덧칠하고 있음이 땡글하게 굳어가던 절편이

뜨끈한 후라이팬에 알라 앉은 양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다.

눈이 오면 좋겠다.

많이 오면 좋겠다. 많이 와라 많이 와라 했다.

정읍 다녀오는 길에도 

쉬엄쉬엄 소낙눈이 쏟아졌지만 쌓이지는 못했다.

아쉽다. 늘 이렇게 내리는 눈은 그냥 아쉬워..

나뭇가지가 눈꽃을 감당 못해 후두둑 날리고

겨울 내 추위에 오들오들 떨던 내 여린 차를 폭신하게 감싸 안고..

잘 따라오고 있나? 뒤돌아보며 확인하며 안심하고 다시 걷고..

언제나 제일 가까운 곳에서 나를 따라오는 발자국을 걱정하며 

눈은 그렇게 온 세상을 제 세상으로 그렇게 그래야 좋은데

그런 겨울을 올 겨울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몇 번의 눈은 분명 내렸지만 한 번도 내리지 않은 듯 아쉽다.

 

며칠 전에 완성한 엄마 장갑을 가져다 드렸다.

많이 좋아해 주신다.

손에 끼워 보시더니 잘 맞는다며 반짝반짝을 해 보이신다.

좋아라 하시면서도 뜨개질 좀 그만하라고...

이런 거 하느라 날마다 피곤하다고 걱정을 잊지 않으신다.

엄마네서 패딩을 걸다가 삐끄덕...

앉아 있던 남편도 동생도 아들도 놀랬다.

물론 익숙한 나도..

왜 그럴까... 만성화된 형태라고 그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알고 있는 메니에르 증후군 증상 하고는

너무 다른 이 잠깐의 불균형.. 뭘까..

평소에는 그다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안 하는데..

이렇게 동생이나 그런 내 아들이나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에

내 세상의 흔들림을 들켰을 때

나는 조금 더 심각해진다. 아주 잠깐이지만..

며칠 괜찮다 싶으면 또 또 잊을만하면 다시.. 그 텀이 

신경 쓰인다.

이 뭔지 좀 찝찝하다.

말 그대로 인생 끝나는 문제이면 그나마 그러려니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가족들 고생시키려는 전조증상이라면.. 하는

손톱만큼의 불안이 오늘 눈처럼 생겼다 사라진다.

머릿속 사진을 한 번 찍어볼까...

근데.. 그거 확실히 메니에르증후근의 징후가 검사에서 

확인되었다고 의사가 말 했는데 괜한 걱정인가.. 싶기도 하다.

좀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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