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눈이 오신다

그냥. . 2022. 2. 4. 09:02

눈이 오신다
귀하신 눈이 언제 또 사라질까 천변 옆에 차 안에 앉아 눈내리는 세상을 바라다 보고 있다
차창에 좀 덮히길 바라는 마음에 히터를 껐더니 손가락이 시리다고 엄살이다
저 아래 차가운 강물속에 유유히 물결을 가르는 물오리들의 한가함과

아침식사를 하려고 물속에 머리를 두고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 올리고 자기 이름 쓰기라도 하듯이

바둥 거리는 모양새가 귀엽다
연한 내가 좋아라 하는 밝은 회색빛 하늘 구름 너머

달 흉내를 내는 해가 조금만 더 가만히 그렇게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눈이 온다
고요의 세상은 나이만큼 시끄러워진 내 차의 엔진소리에 여지없이 흔들리지만
이렇게 가만히 차안에서 눈만 아니 눈오는 세상과 끄적임 만으로 채워볼까
오늘 안하며ᆞ 내일해도 되는 일상의 일들이 잠깐 뒤로 밀려난다고 해서

뭐랄사람도 뭔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나리는 눈 사이로 비행하는 작은 새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쳐 보이고
전기줄에 앉아있는 저 새들이 지대로 눈구경 하는구나 싶다
나도 저렇게 처연하게 앉아 그냥마냥 아무생각없이 세상이나 내려다 보고 싶지만
이제 됐다 이제 내려도 될거 같다
비실 거리는 내 차 또 파업할까 봐 베터리 밥 먹이느라 앉아 있었다
덕분에 눈구경도 하고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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