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비 오는 날이면 유난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주르륵 쏟아지던 빗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내리다 말다 내리다 말다 그런다.
이제 그만 오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
아침에 고산장에 가서 사 온 고구마 모를 심어야는데
비가 더 오면.. 땅이 질어서 내일이나 모레로 미뤄야 것 같으니
이제 그쳐주면.. 어지간하면 심어 놓으면 좋은데 싶다.
내일도 비가 내린다니..
뭐든 심어놓고 비 내려주면 아주 그만이니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은 없는데
아침에 내린 비로 어제 멀칭 쳐 놓은 고랑이 들어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간만에 부부동반 모임이 있었다.
20년도 11월 달에 하고 안 했다니 정말 오랜만이다.
겉 보기에는 모두 다 그대로 똑같은 것 같은데
시골 사람 세월은 잘은 몰라도 도시사람 세월보다는
부지런히 가는 모양이다.
이 언니 저 언니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
관절염은 기본이고 허리아파 어깨 아파...
고혈압에 고지혈증에 부정맥까지..어떤 분은 신우신염을 알았다 하고..
거기에 비하면 나는 암것도 아니더라고..
일이 사람을 몰고 가는지
사람이 일을 부리고 사는지 모르겠는 분들이 많다.
정말 더없이 성실하게 사는데 성실함 덕에 망가지는 몸 말고는
쌓이는 것은 없고 체력만 고갈되어 간다는 분들....
겉 보기에는 부농들인데
안에 들여다 보면 대부분 힘들어한다.
이 모임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귀농해서 농사나 지어먹고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분들
뭐 모르는 소리다.
마당에 잡초 하나도 내 손 빌리지 않고는 제 세상 만들어 버리는
자연의 이치에 자유로운 시골 생활은 참..
만만찮다.
어떤 식으로든 일을 놓을 수도 없는 환경이지만
일을 놓으면 그만큼의 무게로 무기력이 넘 보기 쉬운...
농사에는 정년이 없잖아....라는 말이
긍정적인 말인지 아님 그 반대의 말인지
잘 모르겠다.
빗소리가 가만가만 들린다.
비가 있는 창가에 앉아 차 한잔 마셔야겠다.
주방 식탁도 좋고..
아까 내놓은 베란다 테이블 의자에도 좋고...
비는 확실히 소리만 듣는 거 보고 보고 듣고 하는 것이
더 좋다.
거기다 부드럽고 따듯한 라떼한잔이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