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러운 소리를 내며 비가 내린다.
어둠 속이지만 아마 저 모습으로 내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가끔 대낮처럼 밝아지기도 하고 하늘이 우르르르 소리를 내기도 한다.
장마의 시작이라더니
이번 장마는 성격이 확실한 녀석인가 보다.
확실하게 시작하네.
그래 저렇게 확실하게 내릴 때는 내리고 멈출 때는 또 멈춤을 아는 녀석이었으면 좋겠다.
가히 내가 장마를 녀석이라 불러도 될지 모르지만..
내 일기장에 내 맘대로 쓰는 거니 내 맘이지 싶다.
요즘엔 머릿속이 백지장 같다.
아니 모래사장 같다고 해아 맞나..
수없이 많은 발자국이 콕 콕 콕 박혀 있는데
뭐 하나 명확하지가 않다.
파도에 묻혀 버리는 발자국처럼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하다가 또 생기고 또 생기고..
잡념이 많기는 한데 오래 끌어안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걱정도 많기는 한데 오래 그 걱정이 한없이 매달려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과거로 보내 버린 시간의 연륜만큼 완충효과가 좋은 건가
걱정이고 잡념이고 오래 붙들고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것 같다.
참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