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스폰지 처럼 말고

그냥. . 2022. 7. 28. 11:27

산책하다 발견한..

네 모습이 하도 처량해서 담아 왔다.

차라리 그냥 툭.. 미련 없이 낙하 하지는 

저렇게라도 하늘 가까이 있고 싶었던 걸까..

더 빨리 더 아프게 시들어 갈텐데...

우리 집에도 능소화가 들어왔다. 붉은빛이 도는..

저 아이는 아니고.. 다른 색의 아이로 들였다.

제법 많은 종류의 나무와 꽃들이 자리 잡았다.

채우려면 아직 까마득하지만 

그럼에도 하나 둘 채워지는 꽃들이..

대부분 월동 식물이라 그리고 한 여름이라 어설프지만

풍성하고 화사해질 내년의 꽃밭을 상상하며 

날마다 날마다 들여다본다.

일 할 때보다 더 많이 탔다. 얼굴이고 팔이고..

태양 앞에 완전무장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마음이 앞서서..

7월 초에 들여온 수국이가... 한낮에 쏟아지는 태양을

버거워한다.

아스틸베도 힘들어하고.. 그늘이 필요한 것이다.

조금  더 그늘이 많은 곳으로 옮기고 물을 흠뻑 주었다.

아직.. 화분이었던 채의 흙들이 흐트러지지 않아서

괜찮으리라 기대하며..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면 그냥 마냥 눈이 간다.

요즘 우리 집에 제일 화사한 것은 마당에서 옮긴 

채송화~ 역시 채송화다. 흔하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 주는..

그리고 붓들레아와 꼬리풀 그리고 탈리 넘이라고 도 하고 초화화라고도 하고

불꽃놀이 채송화라고도 하는....

빨간 다이너마이트 자엽 백일홍도 들여놨다.

너무너무 들이고 싶었던 스모그 트리도 내년엔 아름답겠지..

방울 철쭉이랑 또....

이제는 좀 참았다가..

날이 너무 덥고 태양이 너무 이글 거려서..

모란이랑.. 금낭화랑.. 그리고... 클레 메티스랑.. 등등등

모셔오고 싶은 꽃들이 너무너무 많다..

수서 해당화랑.. 동백.. 그리고 칠자화? 그랬던 것 같다. 

벚나무도 하나 들이고 싶은데

이러다 상상 속의 꽃밭은 밀식으로 아우성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아! 오늘은 발아시킨 미니 연꽃을 항아리 뚜껑이 옮겨 심었다.

잘 적응하기를...

학독에 심으려고 했는데 직사광선이 안 좋다고 해서

내 손으로 움직여 줄 수 있는 항아리 뚜껑을 선택했다.

꽃 피면 놀러 와~ 커피 한잔 먹자..라고 부를 친구.. 흐흐흐

친구...

나 백수야~ 했더니

하루가 멀다 하고 문자하고 전화하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통화하고 며칠 안 있어 수렁에 빠진 기분이었고...

안 받고 안 보고 읽고 씹고...

미안.. 나 우울이랑 놀고 있어...

한마디 했더니

아들한테 놀아달라 그래~ 하더니 사흘이 연락이 없었다.

섭섭... 섭섭한 이 마음은..

사실은..

워낙에 속내를 다 털어놓는 애라 그 아이 말 들어줄 여유가 없어서

더 안 보고 안 듣고 그렇듯 행동했는지도 모르겠다.

나흘 째 되는 날부터 날마다 문자 오고 전화 오고...

걱정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 서글픔이나 내 문제로 먼저 표한 한 적이 없었던 듯 하니

놀라기도 했겠지.

그러다 어제 산책 나가는 길에 전화했더니

이러니 저러니.... 말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고 겁이 나서..

망설이는데 무조건 편들어주고 무조건 괜찮다 이야기해 주는

친구에게 털어놓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 것 같은 홀가분함...

너는 그래 그래서 그렇게 건강하게 사는구나 싶은..

감추는 게 속에 담아두는 게 무슨 미덕인 줄 알고 사는

나는 미련하기 짝이 없어 내 살 갉아먹는 

바 보충이고....

이렇게 위로받고 나니 한 결 가벼운 것을...

나는 왜 못 그러고 살았을까.....

아무한테도 말도 못 하고.. 속에 불덩이 하나 끌어안은 듯

그랬는데 친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고맙다

그래 그랬어야 해.. 처음부터 부딪히고 살았어야 해

깨지고 터지고 피 흘리더라도..

모든 인생에 나 살아 있다고 발악하며 살았어야 해..

좋은 일이고 나쁜 일이고 말을 아낀다,

좋은 일은 자랑하는 거 같아 상대방 마음 상하게 할까 봐서..

안 좋은 일은 그냥.. 그..........냥

너무 고분고분 스펀지처럼 끌어안고 사니

만만하게 보고 인생이 자꾸 도전하는 거다 싶다.

덥다..

국수는 방문 앞에서 나를 바라보는 자세로 주무신다...

저 아이를 보면 꼭 나를 보는 듯하다...

소심하고.. 겁 많고 말 못 하고 끙끙거리고.....

반백을 넘게 살아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좀 담담하게 살아야겠다.

나 자신에 담담하듯.. 내 가족들 일에도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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