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뭐가 될 수 있을까 싶다

그냥. . 2022. 7. 29. 09:07

어제 항아리 뚜껑에 옮겨 심은 발아 해서 푸른 실 줄기가 올라온 연꽃씨가 저렇다
뭐가 될 수 있을것 같지 않아 조바심 담은 눈길이 자꾸 간다
저 줄기가 맑은물에 베란다에 있을 때는 초록이었는데
진흙 속 마당으로 밀어냈더니
아니 아니야 밀어낸 건
언제까지 물만 먹고살 수는 없으니까
뿌리 튼실하게 내리라고
내어 보냈는데 뭐가 될까 싶은 마음보다
살아는 줄까 싶은 마음이 어제는 더 많았는데
손톱만큼의 기대가 생기긴 했다
수면 위로 거개를 내 민 저 말아진 끝이
둥그렇게 펴져서 물을 아래로 두고
하늘을 위로 두면 하나라도 잎이라
부를 수 있는 상태가 되면 그때는 좀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제 닞에 언니한테 톡이 왔다
내가 언니한테 이야기 한 기억이 없어서 물었더니
남편이랑 통화하면서 들었다고
톡으로 할 이야기는 아닌 거 같아서
저녁에 통화하자 했다
늦은 저녁 언니랑 통화하고
어찌해줘야 할지 모르는 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이 그래 그래 그렇지 하며
마음을 다잡았는데
잠이 오지 않는 밤을 뒤척이며
알았다
입밖으로 꺼내어 이야기하는 순간
꿈이거나 사실이 아니었으면 싶었던 그것이
현실임을 인정하는 거였구나 하고
그래서 그렇게 말로 만들어 내기를 꺼려했구나
하고
별거 아니야
그래 좀 일찍 감당하고 평생 건강하면 되지 싶다
기운 내야지
지센 밤의 무게가 어깨와 가슴과 눈꺼풀에 매달려 갑갑하기는 하지만
오늘은 뭘할까 잠깐 고민하고
먼지털어버릿듯 그렇게 일어나야지
여름 햇살 참 강렬하네 매미 소리에 새소리가 묻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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