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덥던 여름에 인터넷으로 1500원인가 2000원인가 주고 데려왔는데
몸집은 작은데 꽃은 이렇게 탐스럽게도 피었다.
어떻게 본인이 꽃을 피워야 하는 줄 알고 때 맞춰 이렇게 피어나 주는지
참 신기한 일이다.
어제 우리 집 남자가 퇴근 후에 시금치 심을 곳을 트랙터로 로터리를 쳤다.
옆에 있다가 다 하고 집에 들어오니 어수룩 어둠이 많이도 내렸었다.
퇴근하고 또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냥 괜히 미안하고 그렇다.
오래되고 대형 트랙터라 사람이 직접 골라야 하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걸.. 내가 할까... 그러고 생각만 하고 있는데
우리 집 남자 저녁 먹고 나서 내일 아침은 새벽에 나갈 거야.. 하길래
왜? 했더니
오늘 로터리 친 거 골라야지 한다.
그러고 오늘 새벽 나가려고 바스락 거리길래
깜깜해..했더니 그럼 퇴곤하고 와서 해야겠다 하길래
내가 할까? 했더니..
그래 주면 좋고, 나야 편하지 한다.
의외의 빠른 대답...
나는 그런 일에 서툴다. 그런 일은 남편이 다 했었기 때문에
해 본적이 별로 없기도 하고, 힘도 달리고 해서...
봐서.. 할게 했더니
많이 뭉치지 않아서 괜찮을 거야.. 한다.
그래 알았어.. 하고는..
꽤 아주아주 오래전에 고르는 일 했다가 방전됐던 일이 생각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기대하는 듯한 대답과...
새벽에 나가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려서 안 할 수가 없더라고..
안되면 오전 오후 나눠서 하지 뭐.. 하고 나갔는데
의외로 할만하더라고..
처음 삼십 분은 쉬웠고. 그다음 삼십 분 할 꺼는 사십오 분이 걸렸고,
그다음 사십오분 할 꺼에서는 한 시간 반이 걸리고...
그다음 삼십 분이면 충분히 끝날 것 같았던 거 에서는 한 시간 이상 걸렸지만
어쨌건 다 해 놓고 나니 힘은 좀 들어도 뿌듯했다.
점심때 남편이 전화해서 못하겠지? 하길래
다 하고 와서 씻었는데... 했더니 애썼다며...
내일이라도 파종만 하면 되겠단다.
흐... 안 해놨으면 서운해할 뻔했어.
사실 남편은 내가 일하는 걸 싫어한다.
슬리퍼 신고 돌아다니는 것도 싫어하고,
뜨개질 열심히 하는 것도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하는 거 싫어해서..
이번에도 하지 마라 할 줄 알았는데..
왜 부모님이 안 산다 안 먹는다 없어도 된다 해도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마음을 들여다 보라 하더니
우리 집 남자도 마음속엔 바쁘니 도와줬으면 싶었던 가 보다.
다행이다.
그냥 넘기지 않아서..
그냥 차라리 이야기해 주면 더 좋았겠지만
척하면 척하는 연차 아닌가.. 싶지만
사람 마음은 아무리 오래 같이 살아도 알다가도 모를 일 같다.
여러모로 보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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