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에 무생채 그리고 김과 캔맥 하나..
다 늦은 밤에 매운맛이 땡기는 것은
한 끼 건너뛰고 오늘은 두끼만 채운 탓일까?
아니! 하루 두 끼는 내겐 흔한 일상인데
아무튼 지간에 평소에는 매워서 못 먹는 불닭면을
오늘은 먹고 싶어서 먹었다.
아침 일찍 간 병원에서는 내가 새벽에 검색했던
것과 같은 진단명을 내렸다.
다행인 것은 망막에는 아직 문제가 없다는 것..
어쩌고 저쩌고..
이런저런 상황이 오면 언제든 병원에 오시고..
안 그럼 한 달 후에 봅시다... 했다.
검사 때문에 사용한 약물로 운전을 할 수 없어서
큰아이 더러 집에 도착하면 전화 좀 달라해서
택시 타고 달려온 큰아이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집에 왔다.
운전 아니면 너한테도 말 안 했을 거야
아빠한테 이야기 안 하려고... 했더니
왜?하고 묻길래
날마다 할머니 아프다고 징징 거리지
거기다 엄마 한몫 하지 또 병원 다녀왔다고 그러면
나같으면 짜증 스러울 것 같어 했더니
엄마는 말해야지. 그래야 엄마 병원 갈 일 생겼는데
아빠랑 같이 가야 하는 상황이면 엄마 상황을 다 알고 있어야는데
그게 안되면 곤란해.
그리고.. 괜찮을 때 이야기해야지 나빠져서 이야기하면
더 놀래지.. 한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맞는 거 같고..
또 하나의 정기점검 목록이 늘었다.
뭐야.. 종합병원도 아니고..
급 우울해지는 거 일찍 알아서 다행이라고 관리하면 된다고
위로하는 남편이나 아들에게
미안하다.
좀.. 남들처럼 그냥 평범하게 건강하면 얼마나 좋아..
저녁 설거지 막 끝내고 방에 들어와 앉는데
엄마 전화가 왔다.
치과 다녔는데...
대학병원 가서 하라 그런다고...
그래 예약 잡자고 뭘 걱정하느냐고 그랬지만...
또다시 급 우울...
엄마 시외버스 타고 다녀야 하는데..
내가 엄마 집까지 왔다 갔다 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우리 집에 머물 수도 없을 텐데.....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인 거 아는데
올해는 왜 이렇게 병원 근처에서 못 벗어나는지
피곤함이 훅 밀려온다.
엄마는 연세가 있으시니 당연한 거고....
치과면 하루 이틀 사이에 되는 치료 아니고
차근차근 순리대로 하면 되는 걸...
한 시간 거리 운전..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가도...
사고 치는 거 아닌가 겁나기도 하고..
이게 어지럼증에.. 오늘 진단받아 온 것까지 겹쳐지니
참 난감하다.
어떻게든 돼겠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엄마가 오늘 나 병원 다녀온 것은
모른다는 거..
아시면..
더 많이 불편해하셨겠지
붉닭면 한 마리에 캔 하나
그것으로 이 급 우울해지는 맘 털어 버리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지.
엄마가 내게 어떤 존재인데 다른 뭔가가 껴들어.
그건 절대 안 되는 일이다
건강하자 모두를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는 불닭면도 캔맥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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