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옆집에서 우리집으로..

그냥. . 2022. 10. 8. 19:28

하늘이 높아가고 바람에 스산함이 묻어나면서부터

옆집 감이 내 꽃밭으로 자꾸 떨어진다.

아니 이미 여름부터 땡땡한 땡감이었을 때부터

감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내 꽃밭으로 자꾸 넘어왔다.

지 잘못이겠어.

담장을 넘어 뻗은 가지 탓이고, 부실한 꼭지 탓이고

장난 심한 바람 탓이겠지.

땡감이야 뭐 떨어지건 말건 집어 내기 바빴지만

이렇게 곱고 말랑말랑한것이 먹음직스러운 감이 톡 툭 떨어진다.

떨어지면서 착지를 잘못해 납작코가 된 넘들은 그대로 버려지고

이렇게 멀쩡하다 싶은 것들만 항아리 뚜껑 위에 올려놨는데

손이 가질 않는다.

아니 머리에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먹고 싶으면 당연 손은 갔겠지.

저렇게 곱게 모셔 놨으니 말이다.

하나 둘 너무 익어 주저앉는 넘들을 골라내고 또 골라내고..

그러려면 뭐하러 저렇게 모셔 뒀나 싶은 생각도 든다.

넘 주기는 떨어진 감이여서 상처도 있고, 

나 먹기는 생각이 없고..

큰아이 임신했을 때...

그때는 감이 그렇게도 먹고 싶었다.

몇 년 전에 베어진 감나무가 그때만 해도 제법 많은 감들을 매달고 있었는데

말랑말랑한 감은 내 차지가 되지 않았었다. 

익지도 않은 땡감을 따서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억지로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먹기도 했었다.

떫음이 지나쳐 목이 막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급하게 젠 걸음으로 수돗가로 달려가 물 몇 모금으로 감을 넘기고..

맛이라고는 떫음 밖에 없던 그 감을 그렇게도 어그적 어그적 

씹어서 넘겼던 그때는 그렇게 감이 먹고 싶었지만 내 몫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땡감을 먹었겠지.

그렇게 좋아하던 감이...

단감도 참 좋아했었는데.. 지금도 단감이 있으면 조금 먹기는 하지만

일부러 사서 먹지는 않는다.

단감이 홍시가 되는 꼴을 몇 번은 본 것 같다.

이제는 감이 물러서 주저앉는 걸 바라만 보고 있으니

참 세월이 사람을 많이도 바꾸어 놓았다.

다 떨어진 건지 

일부러 딴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옆집 감나무에는 감이 두어 개 매달려 있을 뿐이다.

이렇게 내가 주어 놓은 감이 메달려 있는 가보다 더 많다.

까치밥이라고 남겨놓고 다 땄는지도 모르겠다.

감이 지금 따야 할 철인지도 모르겠고.

어느새 가을이 갚어가는 게 느껴진다.

하루가 다르게 누렇게 물 들어가는 벼들과

서리도 안 내렸는데 누렇게 말라 가는 풀들을 보면

계절이 깊어가고 있기는 한 모양이다.

암마네는...

신품종으로 벼를 심었는데

키도 작고 이삭도 작단다.

키가 작아서 안 쓰러진다고 해서 바꿔 심었는데

안 쓰러져 좋기는 한데 이삭도 작다고 엄마가

올해는 벼농사도 잘못되었다고 그러신다.

그러게.. 

농협 힘으로 농사를 짓기는 하지만

쫌... 안타까운 부분이다. 

키가 작아 안 쓰러지긴 할 건데 벼이삭도 좀 작다네요. 신품종이~

했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졌겠지만 말이다..

마음이 싱숭생숭이다.

그래서 글도 싱숭생숭 인가..

계절이 마음에 더 급하게 깊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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