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가랑가랑 겨울비 내리는 날..

그냥. . 2023. 1. 14. 22:03

 

술 냄새나는 아빠가 만져서 싫은 표정이 너무 귀여운

우리 집 멍뭉이..

멍뭉이도 술냄새 싫어하나 보다.

많이 마시면 멀리 있고,

적당히 마시고 오면 옆에 가서  간식 내놓으라고 협박하거나

불쌍한 척 하거나 애교 부리거나 하지만

만지는 거는 싫어한다.

살짝 마시고 오면 옆에 가서 알짱거리고 놀아 달라고 하고

인형 던져 달라고 하고 화장실까지 따라 다닌다.

술 냄새가 싫은 건지

술 냄새의 정도에 따라 우리 집 남자의 행동을 저 멍뭉이는 이미

파악하고 있어서 아 피해야겠구나. 오늘은 쪼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새벽에 추워서 잠이 깼다.

오래간만에 잘 자기는 했다.

뭔가 추워 보일러 고장 났나.. 했는데

남편이 전기가 나갔단다.

우리 집만? 했더니 옆집 후배네 전화 해 보더니..

너무 일찍 아니야? 물었지만 이미 통화음이 가고 있는 상황..

우리집만 나간 거 맞단다.

기다려.. 일곱 시쯤 남편 친구 전기 일 하시는 분에게 전화를 넣어

오셨는데 다행히 쉬는 토요일이라고 

처음엔 차단기 고장인 줄 알았는데 차단기 교체해도 

자꾸 내려가는 차단기..

온 집안 콘센트 다 뜯어보고.. 안 되어서 

온 집안 전등스위치 다 뜯고..

집안 구석구석 숨어 있던 먼지들은 나 여기 있지~ 하고

창피한 줄도 모르고 팔랑 거리고..

오래된 집이라 전기선이 요즘 같이 않아서 복잡하다고...

그러고도 안 되어서..

밖에 창고로 쓰고 있는 컨테이너 점검하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전기 선 점검하고...

결국 찾았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전선에 어제 내린 비가 누수되어

누전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거 정리하고 어쩌고 하시더니

하나 둘 전등이 들어온다.. 우와 

형광등 켜지는 것이 이렇게 반가운 일인가.. 싶다.

전기가 끊기니

냉장고 밥솥은 물론 가스레인지도 안된다. 정수기는 물론이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보일러도 서 버려서

집안은 냉골이고... 밥조차 먹을 수가 없다.

겨울비는 주책맞게 가랑가랑 내리고...

한 번씩 파업을 해 봐야 귀한 줄 안다고..

어쩌나 어쩌나 했는데 확실히 기술자는 기술자시다.

친구들 많아 만날 사람도 많고, 챙길 사람도 많고,

술 먹어 줄 사람도 많아서 좋겠다고 아니꼽게 생각 들 때 가끔 있었는데

이럴 때 보면 술 먹고 밥 먹고 시간 나누었던 사람들이

인생에 힘이 되어 준다.

그건 누가 뭐래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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