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냄새나는 아빠가 만져서 싫은 표정이 너무 귀여운
우리 집 멍뭉이..
멍뭉이도 술냄새 싫어하나 보다.
많이 마시면 멀리 있고,
적당히 마시고 오면 옆에 가서 간식 내놓으라고 협박하거나
불쌍한 척 하거나 애교 부리거나 하지만
만지는 거는 싫어한다.
살짝 마시고 오면 옆에 가서 알짱거리고 놀아 달라고 하고
인형 던져 달라고 하고 화장실까지 따라 다닌다.
술 냄새가 싫은 건지
술 냄새의 정도에 따라 우리 집 남자의 행동을 저 멍뭉이는 이미
파악하고 있어서 아 피해야겠구나. 오늘은 쪼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새벽에 추워서 잠이 깼다.
오래간만에 잘 자기는 했다.
뭔가 추워 보일러 고장 났나.. 했는데
남편이 전기가 나갔단다.
우리 집만? 했더니 옆집 후배네 전화 해 보더니..
너무 일찍 아니야? 물었지만 이미 통화음이 가고 있는 상황..
우리집만 나간 거 맞단다.
기다려.. 일곱 시쯤 남편 친구 전기 일 하시는 분에게 전화를 넣어
오셨는데 다행히 쉬는 토요일이라고
처음엔 차단기 고장인 줄 알았는데 차단기 교체해도
자꾸 내려가는 차단기..
온 집안 콘센트 다 뜯어보고.. 안 되어서
온 집안 전등스위치 다 뜯고..
집안 구석구석 숨어 있던 먼지들은 나 여기 있지~ 하고
창피한 줄도 모르고 팔랑 거리고..
오래된 집이라 전기선이 요즘 같이 않아서 복잡하다고...
그러고도 안 되어서..
밖에 창고로 쓰고 있는 컨테이너 점검하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전기 선 점검하고...
결국 찾았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전선에 어제 내린 비가 누수되어
누전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거 정리하고 어쩌고 하시더니
하나 둘 전등이 들어온다.. 우와
형광등 켜지는 것이 이렇게 반가운 일인가.. 싶다.
전기가 끊기니
냉장고 밥솥은 물론 가스레인지도 안된다. 정수기는 물론이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보일러도 서 버려서
집안은 냉골이고... 밥조차 먹을 수가 없다.
겨울비는 주책맞게 가랑가랑 내리고...
한 번씩 파업을 해 봐야 귀한 줄 안다고..
어쩌나 어쩌나 했는데 확실히 기술자는 기술자시다.
친구들 많아 만날 사람도 많고, 챙길 사람도 많고,
술 먹어 줄 사람도 많아서 좋겠다고 아니꼽게 생각 들 때 가끔 있었는데
이럴 때 보면 술 먹고 밥 먹고 시간 나누었던 사람들이
인생에 힘이 되어 준다.
그건 누가 뭐래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