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일방통행

그냥. . 2023. 1. 15. 22:14

눈발이 길 잃은 꽃잎마냥 하나둘씩 흩날리는 시간

엄마네로 향했다.

우선 동네 정육점에 가서 마음 먹었던 사골 두병을 사고..

양념불고기도 사려고 했는데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없다.

이 주만에 처음 쉬는 날인데 남편은 잠이 좋은 건지

벌떡 벌떡 잘 일어난다.

물론 많이 피곤하겠지만 고맙게도 오늘도 내 혼자 엄마한테 다녀오겠다니

도끼눈을 뜬다.

왜 요즘은 괜찮잖아. 아무렇지도 않은데 뭐. 했더니

그게 예고하고 나타나 디? 하는데

할 말이 없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혼자 운전하고 가면 엄마는 또 얼마나 걱정이 늘어지실지 알기 때문에

못 이기는 척 남편이랑 함께 나서는 길이었다.

엄마네 옆 동네에 있는 제법 큰 마트에 들어가서..

언니가 말한 엄마 변비에 효과 있을 것 같다는 요구르트를 찾는데 없다.

양념 불고기도 없고..

남편 마실 커피하나 사고, 바나나 하나 사고, 제일 비싼 요구르트 두 줄 사고..

차에 타면서 그 요구르트는 없네 양념불고기도 없고 했더니

시내 마트 나갔다 올까? 하는 거다.

잠깐 망설이다가 여 옆으로 조금 빠지면 엄마랑 갔던 하나로 마트 있지 않아?
했더니. 아 그래 거기 있다 마트.. 해서

좀 돌아서 마트에 갔다.

입구 앞에서 한우양념불고기를 파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마트 냉장코너에 가서 요구르트를 보는데 내가 찾는 것이 없다.

그래서  옆에 빵집에 가서 부드러운 카스테라 하나 사고..

한우양념불고기 사고.. 그 옆에서 파는 옥수수 빵도 하나 사서

엄마네 갔다.

엄마! 하고 부르니 주방 쪽에서 소리가 난다.

우리 밥 안 먹고 갈 건데.. 했더니

왜 다 점심때인데 안 먹고 가느냐고..

어 이 사람 감기도 아직 안 나았고, 집에 큰 애도 있고 어쩌고 하며

핑계를 댔다.

치과 치료 중인 엄마는 지난가을부터 제대로 드시는 게 없다.

그나마 불고기는 고기가 얇아서 자잘하게 가위질해 놓으면 그건 드실 수 있으니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환자 대용식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드리기는 하지만

어디 그걸로 되겠는가. 씹어서 넘겨야 기운이 돌지..

코로나가 할퀴고 간 엄마는 더 많이 야위셨고, 뭔 입맛이 있어 이것저것

먹겠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목에서는 쇳소리가 난다.

저렇게 기운 없고 이렇게 추운 계절에 우리 집에 단 며칠만이라도 와 계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싶지만..

나도 말을 꺼내지 않고 엄마도 말씀을 안 하신다.

설령 내가 이야기를 꺼낸다 해도 엄마는 절대로... 이시겠지만 말이다.

나는 아마도 전생에 지은 업이 많은 모양이다.

평범하게 살지를 못하니 말이다.

지인 분은.. 베트남으로 장모님 제사 모시러도 가고

친정 가족들도 들어 와 몇달씩 심지어 몇 년씩 같이 살더만...

엄마네랑 우리 집은..

일방통행이다.

나만 내 남편만.. 내 아이들만  가는..

엄마 쪽에서는 올 수 없는..

철책보다 더 냉혹한 보이지 않는 장벽을 내 쪽에서 만

통과할 수 있는 뭐 그런..

하................ 가끔 

한심스럽다. 왜 이러고 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름 만에 처음 쉬는대도 가깝다면 가깝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깝지 않은 거리를 다녀와 준 남편은 고맙다.

다만 마음엔 또 하나의 덩어리가 두툼한 또 한 겹의 업을 쌓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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