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길 잃은 꽃잎마냥 하나둘씩 흩날리는 시간
엄마네로 향했다.
우선 동네 정육점에 가서 마음 먹었던 사골 두병을 사고..
양념불고기도 사려고 했는데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없다.
이 주만에 처음 쉬는 날인데 남편은 잠이 좋은 건지
벌떡 벌떡 잘 일어난다.
물론 많이 피곤하겠지만 고맙게도 오늘도 내 혼자 엄마한테 다녀오겠다니
도끼눈을 뜬다.
왜 요즘은 괜찮잖아. 아무렇지도 않은데 뭐. 했더니
그게 예고하고 나타나 디? 하는데
할 말이 없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혼자 운전하고 가면 엄마는 또 얼마나 걱정이 늘어지실지 알기 때문에
못 이기는 척 남편이랑 함께 나서는 길이었다.
엄마네 옆 동네에 있는 제법 큰 마트에 들어가서..
언니가 말한 엄마 변비에 효과 있을 것 같다는 요구르트를 찾는데 없다.
양념 불고기도 없고..
남편 마실 커피하나 사고, 바나나 하나 사고, 제일 비싼 요구르트 두 줄 사고..
차에 타면서 그 요구르트는 없네 양념불고기도 없고 했더니
시내 마트 나갔다 올까? 하는 거다.
잠깐 망설이다가 여 옆으로 조금 빠지면 엄마랑 갔던 하나로 마트 있지 않아?
했더니. 아 그래 거기 있다 마트.. 해서
좀 돌아서 마트에 갔다.
입구 앞에서 한우양념불고기를 파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마트 냉장코너에 가서 요구르트를 보는데 내가 찾는 것이 없다.
그래서 옆에 빵집에 가서 부드러운 카스테라 하나 사고..
한우양념불고기 사고.. 그 옆에서 파는 옥수수 빵도 하나 사서
엄마네 갔다.
엄마! 하고 부르니 주방 쪽에서 소리가 난다.
우리 밥 안 먹고 갈 건데.. 했더니
왜 다 점심때인데 안 먹고 가느냐고..
어 이 사람 감기도 아직 안 나았고, 집에 큰 애도 있고 어쩌고 하며
핑계를 댔다.
치과 치료 중인 엄마는 지난가을부터 제대로 드시는 게 없다.
그나마 불고기는 고기가 얇아서 자잘하게 가위질해 놓으면 그건 드실 수 있으니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환자 대용식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드리기는 하지만
어디 그걸로 되겠는가. 씹어서 넘겨야 기운이 돌지..
코로나가 할퀴고 간 엄마는 더 많이 야위셨고, 뭔 입맛이 있어 이것저것
먹겠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목에서는 쇳소리가 난다.
저렇게 기운 없고 이렇게 추운 계절에 우리 집에 단 며칠만이라도 와 계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싶지만..
나도 말을 꺼내지 않고 엄마도 말씀을 안 하신다.
설령 내가 이야기를 꺼낸다 해도 엄마는 절대로... 이시겠지만 말이다.
나는 아마도 전생에 지은 업이 많은 모양이다.
평범하게 살지를 못하니 말이다.
지인 분은.. 베트남으로 장모님 제사 모시러도 가고
친정 가족들도 들어 와 몇달씩 심지어 몇 년씩 같이 살더만...
엄마네랑 우리 집은..
일방통행이다.
나만 내 남편만.. 내 아이들만 가는..
엄마 쪽에서는 올 수 없는..
철책보다 더 냉혹한 보이지 않는 장벽을 내 쪽에서 만
통과할 수 있는 뭐 그런..
하................ 가끔
한심스럽다. 왜 이러고 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름 만에 처음 쉬는대도 가깝다면 가깝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깝지 않은 거리를 다녀와 준 남편은 고맙다.
다만 마음엔 또 하나의 덩어리가 두툼한 또 한 겹의 업을 쌓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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