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 스윽스윽 고드름처럼 자라난다
오늘은 쉴까?
하루 더하면 뭐하고 하루 덜 한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지겠어
흐릿한 창 때문에 희끄무레한 방에서 다시보기 하고 있는 드라마 최종회를 보면서 뜨개질을 하는데 게으름이 자꾸 오늘은 쉬자한다
드라마도 마지막회이고 뜨개질도 아랫단 고무단을 시작했으니 안 나가고 뜨면 오전에
끝날지도 모른다며 게으름이 끈끈이처럼 착하고 달라 붙어 오늘만 아니 딱 오늘은 쉬어도 좋다고 하는데 대충 물만 찍어 바르고
운동하러 갔다
러닝 위를 걷고 있는데 옆 남자분들 이ㅇᆞ기 소리가 귀에 들어 온다
어쩌고 저쩌고 안부인사를 하며 아침 먹기 전에 나왔다는 연배 높아 보이시는 군의 말에 좀 젊어 보이는 분이 운동은 아침 드시고 나오셔야죠
몸에 좋자고 운동 하는건데 그러다 골병 들어요
하는데 귀가 번쩍
그래 밥 먹고 나와야지
나도 아침을 거르고 라테나 단백질 한잔 마시고 나오는 일이 태반인데 싶었다
남펀이나 아들이 아침 먹어야한다고 그렇게 걱정할때는 안들리더니 아무 상관도 없는 이들의 대화에 마음이 움직이다니 참 마음이라는 거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시간 반쯤 운동을 하고 씻으러 가는데 약간의 어지럼증이 밀려든다
그래 빈 속 탔이야
더 언니들이나 어르신들도 씻고나면 개운해하시는 거 같던데 오늘같이 비실 거리는 날이 끼어드는 나는 체력 때문이 아니라 주인 잘못 만난 빈 위장때문이리라
식구들 아침 챙길 때 내 배도 꼭 챙겨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