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그냥. . 2023. 4. 29. 13:51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듣고 싶어서 방 문을 열어 놓았다.
비스듬히
창호지 방문 너머 마루 창 밖으로 비가 내린다.
풍경이라고 할 것도 없는 앞집 시멘크 벽면일 뿐이지만
빗소리를 들을 수 있어 참 좋다.
엄마가 춥다 춥다 하면서 눌러 놓은 전기장판 위에 
솜이불속에 무릎을 묻고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잔 마시면서
낮잠을 즐기는 명뭉이 곁눈으로 바라보는 일이 평화롭다.
며칠 전에 아니 27일날 엊그제 볼 일이 있어서 집에 잠깐 들렀었다.
형체를 갖추어 가는 집
여기저기 이미지로 받았던 만들어질 집의 스림들이 붙어있다.
거실 벽에도 주방 벽에도..
현관 앞에도..
정말이지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는 모양이다;
꽃밭은 나없이도 꽃은 피고 지고 있다.
작년에 마당에 줄줄이 세워 놓은 구봉화는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이쁘게도 피었다.
급하게 다알리아 구근 묻어놓고 손에 잡히는 대로 풀 몇 개 뽑아내고
제 세상인냥 세력이 너무 센 아이들을 잘라내어 몸 사리게 해 놓고...
시간 있으면 한 나절쯤 저기서 좀.. 그랬으면 했는데
멍뭉이는 내려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마당은 복잡하고
나는 꽃봍을 돌보러가 아닌 볼일 보러 갔던 길이니
그걸로 만족하고 왔다.
서부해당화도 꽃이 피고 진자리게 곱게도 여물어 있고,
분홍산딸나무도 꽃이 피고 있는 중인지 피고 지는 중인지 그러고 있고
늦은 라일락은 마약 피기 시작했더라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분명히 내가 심었을 꽃들이 피고 지고 있는데
그 이름을  다 알 수가 없다.
얼굴 보고 이름 부르면서 기억해야 하는데
작년에 꽃 없는 아이를 옮겨 심었거나 씨앗을 뿌렸거나 그랬으니 말이다.
비가 온다.
마악 싹이 올라오고 있던 다알리아가 우와 비다~ 하고 새싹을 들어내지 않을까 싶다.
커피가 식는다.
그래도 빗소리가 참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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