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그냥. . 2023. 6. 11. 23:12

내 머릿속에는 뭐가 있을까?
며칠 째
뒤집어엎고 정리하고 또 정리하고 
필요한 것 쇼핑하고 하는데에 정신이 팔려 있다.
더 웃기는 건 뭘 정리 해 놓으면 어디에 두었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큼직한 것들은 기억을 하겠는데
소소한 것들이나 마트 다녀온 장바구니를 어디에 어떻게 두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요즘 나는 밥 대신 기억을 먹어 치우며 사는 모양이다
아침 다섯 시 반쯤 눈을 떠서 지금 이 시간까지
내가 원래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나 싶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퍼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열린 창으로 개구리 소리가 많이 들리네.
저 개구리들은 잠도 없는 모양이야.
개구리가 야행성이라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말이다.
암튼..
정리 정리 정리..
새로운 집이 이제 마약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고치면서도 별 감흥이 없었던 것은
나는 한 발짝 아니 열두 발짝쯤 떨어져 있었다.
남편의 배려이기도 했고,
내 부실함 때문이기도 했다.
집에 대한 애정도가 높지 않은 탓이었지는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로 그때그때 듣고, 사진으로 수 없이 보고
가끔 들여다보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까지는 아니었지만
이거 어때? 저거 어때? 하며
이거
이건 이렇게 할까 저건 저렇게 할까? 하면 
이렇게
하는 정도..
뭐 말 그대로 소소한 것들을 결정하고 의견을 내어 놓는 정도만
관여를 했으니 남의 집 같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이사 들어와 나흘째..
여기저기
내 손이 가기 시작하고, 눈이 가기 시작하니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정들지 않았던 이 집이 정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좋아지기 시작했다.
손길이 한 번 가고 두 번 가고 세 번 가고..
손이 간다는 말보다
덧칠을 한다고해야 하나..
잘 가꾸어지 배경에 내가 가지고 있는 색들을 덧칠해 가는 일이
많아질수록
그럴수록 더 관심이 가고 더 눈에 들어오고 가만히 거실에
나가 앉아 있기도 한다.
예전에 내 집은 말 그대로 방과 주방..
방콕 해서는 주방에는 일하러 가는 뭐 그런 정도..
밤에 혼자 나가 주방에 앉아 있었던 일도 없었고,
거실에는 더더욱 남편이나 아이들이랑 있을 때는 몰라도 혼자 앉아
있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늦은 밤에 가끔 거실에 나가 앉아 있기도 하고
주방 식탁등만 밝혀놓고 앉아 멍하니 
거실 창에 비친 멀어서 괜찮아 보이는 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껌딱지처럼 따라다니는 멍뭉이가 발치 주방 바닥에 널브러져 자고 있고..
아..........
오늘 멍뭉이 씻기기로 했었는데...
뭐가 그리 바빴을까.. 나만 씻고 말았네.
내일은 꼭 씻겨야지 
나 바쁘다고 멍뭉이가 꼬질이가 되었다.
집..
내게서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참 대단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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