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위로 내려앉는 빗소리가 좋다.
꽃잎에 미끄럼 타는 빗소리도 좋다.
처마에 데구르르르 굴러가는 빗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물받이로 흘러내리는 빗소리도 좋다.
이 밤 비가 내려서
내 자리
나만의 자리에 앉았다.
포테이토랑 캔맥 하나.
엄마 그 맥주 별로야! 하는 큰아이에게
어차피 엄마 맥주 맛도 몰라 그냥 가끔 마시고 싶어서
맛도 모르는데 굳이 다른 거 필요 없어! 했다.
사실 뭔 맛으로 맥주를 마시는지
아직 잘 모르지만
갈증 날 때나 그냥 혼자 뭔가 좀 그러고 싶을 때
생각나기는 한다.
빗소리가 너무 좋다.
바닥에 내리 꽂히는 그의 소리도 좋지만
이렇게 여린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또 그 나름 운치 있다.
글이 짧아 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고..
비 묻은 바람이 성큼 들어온다.
비 피한다고 하루살이 한 마리 모니터 앞에 알짱거리다
손부채질에 날개야 나 살려하고 사라졌다.
책도 보고..
일기도 또 쓰고....
지나간 일기장을 뒤적이다가
아래 막둥이 이야기가 있어 보내 줬더니
엄마 나는 생각 안 나는데? 한다.
그러게 엄마도 오래된 일기장 정리하다가 발견했어.
넌 뭐든 열심히 했지
그런 거 같기는 해. 근데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아.
당연하지 뭐든 정도가 중요하니까 네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
그거면 돼.
했다.
내 아들은 참 열심히 산다.
대충이라는 것이 없는 거 같아서
삶이 보통 사람보다 조금은 더 무거울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보다..
제 일에 열심인 사람보다 멋지고 근사한 사람은 없다.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히 살아도
좋겠지만 아들의 성향이 그러니 어쩌겠어.
내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내가 이렇게 빗소리에 감동받고..
행복해지듯이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랬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더 더
백만 배쯤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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