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빗소리에 취하다.

그냥. . 2023. 6. 25. 21:50

 

나뭇잎 위로 내려앉는 빗소리가 좋다.

꽃잎에 미끄럼 타는 빗소리도 좋다.

처마에 데구르르르 굴러가는 빗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물받이로 흘러내리는 빗소리도 좋다.

이 밤 비가 내려서

내 자리

나만의 자리에 앉았다.

포테이토랑 캔맥 하나.

엄마 그 맥주 별로야! 하는 큰아이에게

어차피 엄마 맥주 맛도 몰라 그냥 가끔 마시고 싶어서

맛도 모르는데 굳이 다른 거 필요 없어! 했다.

사실 뭔 맛으로 맥주를 마시는지

아직 잘 모르지만

갈증 날 때나 그냥 혼자 뭔가 좀 그러고 싶을 때

생각나기는 한다.

빗소리가 너무 좋다.

바닥에 내리 꽂히는 그의 소리도 좋지만

이렇게 여린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또 그 나름 운치 있다.

글이 짧아 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고..

비 묻은 바람이 성큼 들어온다.

비 피한다고 하루살이 한 마리 모니터 앞에 알짱거리다 

손부채질에 날개야 나 살려하고 사라졌다.

책도 보고..

일기도 또 쓰고....

지나간 일기장을 뒤적이다가

아래 막둥이 이야기가 있어 보내 줬더니

엄마 나는 생각 안 나는데? 한다.

그러게 엄마도 오래된 일기장 정리하다가 발견했어.

넌 뭐든 열심히 했지 

그런 거 같기는 해. 근데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아.

당연하지 뭐든 정도가 중요하니까 네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

그거면 돼.

했다.

내 아들은 참 열심히 산다.

대충이라는 것이 없는 거 같아서

삶이 보통 사람보다 조금은 더 무거울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보다..

제 일에 열심인 사람보다 멋지고 근사한 사람은 없다.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히 살아도

좋겠지만 아들의 성향이 그러니 어쩌겠어.

내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내가 이렇게 빗소리에 감동받고..

행복해지듯이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랬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더 더

백만 배쯤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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