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온통 나밖에 없는 녀석이 있다.
나만 바라보고,
내게만 관심이 있고 아 이건 아닌 것 같다. 먹는 걸 나보다 더 좋아하고
자는 것도 나보다 더 밝히는 거 같기도 하고,
산책도, 나보다 더 선호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 바라보고 나만 쳐다 보고
내가 마당에 있어면 나도 나도~ 하며 아무리 더워도
옆에 있으려 하고
내가 눈에 안 보이면 불안해 하고,
나 여기 있으니 길 잃어 버리지 말고 잘 찾아오라고 여기저기 지 냄새를
묻히고 다니는 녀석..
먹는 것도..내가 있어야 더 잘 먹고
안 보이면 공복토까지 해 가며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가
허기만 가실만큼 먹는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식 내놓으라고 떼쓰고
간식은 또 잘 받아 먹는단다.
산책도 잘 따라다니고...
내가 씻으러 들어가면 욕실 문 앞에서 보초서고
좀 늦어지나 싶으면 문 박박.. 살아 있어? 어디로 사라진 건 아니지? 하는..
그래서 문 두드리며 나 여기있어. 알려주면 또 얌전히 앉아 기다리고
저 깊이 잠들었을 때 나가 버릴까 봐서 현관문 앞에서 선잠을 자고..
내가 머리를 만지고 옷을 갈아입고 하면
내 무릎에만 올라타면 같이 가는 줄 알고
졸졸 따라다니며 멍멍..
잠깐 소파에 앉기라도 하면 무릎 위로 올라오려고 안 간 힘쓰는...
그러다가도 목욕은 얌전히 하면서 드라이는 싫어해서
가끔 나에게 협박의 으르렁을 날리고,
미용할 때면 가끔 내 손에 이빨자국도 남기는..
온 세상 사람들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면서
나 없으면 언제 나랑 친했어요? 하는
그러면서
온 세상 강아지들은 모두 무서워하는..
이제 고양이도 경계 대상으로 생각하는..
나만 바라보고..
나만 생각하고..
나만 좋아하고..
세상에 나 밖에 없는 것 같은 이 녀석이...
안쓰럽기도 좋기도 하고...
아주 많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 나이 먹으니...
내 좋아해 주는 것도 정도껏이지
과하면 부담스럽고
나만 바라보는 저 멍뭉이에게 나 아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도
알려줘야지 싶다.
아니.. 내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지 않을까?
이미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그의 8년은 나의 그 세월 하고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든 드는 생각
결혼하고 시집살이 시작되면서
오직 남편만 바라보고 징징거리고 사랑달라고 보챘을 내가 부담 꽤나 스러웠겠을 남편
그래서 더 무관심하고 밖으로 돌고 피하고 그랬을지도.... 싶네
난 온통 그때는 겨울 폭풍속에 알몸으로 던져진 병아리 같았으니까 내편이라 믿고 의지하고 쉬고 싶은 그사람이 필요했는데 그사람은 그게 부담스러웠겠구나 싶다
오늘도 덮다.
방충망 너머로 보이는 뒷집 마당의 커다란 느티나무와 소나무의
푸르름이 참.. 좋다.
작년 여름에 우리 집으로 시집온 아메리칸 능소화가 네 송이의
꽃을 피웠다.
능소화는 비 내리는 날 더 예쁜 것 같아.
밖에..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공사를 하고 있어서 뚝딱뚝딱
더위와 싸우며 작업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
이제 정망 완전한 마무리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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