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비온다.

그냥. . 2023. 7. 4. 13:37

비 온다.

시원스럽게 비가 내리고 있다.

쏟아지는 비가 눈앞에서 뚝뚝 떨어진다.

지나가는 사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날아가는 새나 가끔 바라봐 주면 되는....

내 작은 창가에 앉았다.

비 구경하기는 너무 좋은 최적의 공간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내 꽃밭이 빗속에 젖어있다.

아침 먹고 일곱 시가 되기 전 

꽃밭에 나와 풀도 뽑고...

잡초는 뽑아내고 뽑아내도 뒤돌아 보면 또 있다.

고사리가 아홉 형제라더니

잡초는 스물 다섯 형제쯤 되는 모양이다.

빗소리가 참 좋네..

키 작은 아이들을 앞으로 이사시켰다.

비가 온다기에..

밀집되어 있는 아이들 간에 거리를 좀 두고

 꺾어 꽂아 볼까 싶은 아이들도 몇 개쯤 비를 기다리며

꽂아 두었다.

다른 꽃들에 치어 그늘 속에서도 꿋꿋하게 꽃을 피우었던 사계 패랭이도

끄집어 내에 화단 가장자리 돌 사이에 엉성하게 대충대충 묻어 놨다.

비가 알아서 해 줄꺼라 믿고

항아리 치우다가  넘어갈 뻔했지만..

큰 항아리가 나를 잡아 주어 오른쪽 팔꿈치 뒤가 좀 벗겨지기는 했지만

충격보다는 덜하니 다행이다.

작은 항아리에 넘어졌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안 봐도 겁나는 상황이다.

울 집에서 제일 큰 왕 항아리가 나를 받아 주었으니 벗겨진 걸로 끝났으니 또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몇포기 꽃나무  자리 배치 몇 개 해 놓고

비가 스멀스멀 맘에 들게 내리지 않아서 

은근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며칠 전에 뿌린 친구네서 얻어오고 식당 꽃밭에서 따 온

매발톱 씨앗도 오늘 비에 제 자리 잡아갔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하다.

엊그제 둥이 언니가 주신

으아리, 장미 그리고 금전수도 꺾꽂이한 것들도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냥 빗소리만 들어도 좋은 날..

비와 음악과 선풍기 바람과 그리고 노트북과... 차 한잔

예전엔 따듯한 이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동그란 왕얼음 하나 들어간 시원한 차 한잔...

옆집 언니가 차 한잔 하러 오신다고 해서 차는.. 잠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가끔은..

저 나무처럼 

처 가로등처럼..

저 새들처럼..

저... 꽃들처럼

빗속에 우두커니 서 있고 싶을 때 있다.

그럼 바로 골골이겠지.

흐..

난 나를 너무 잘 알아.

낭만보다 현실이 가까운 법이거든..

비 온다.

그냥 나처럼 비 좋아하고, 빗소리 좋아하고, 멍하니 앉아 있기

좋아하는 친구 하나 가까이 살았음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날

뭐 김치부침개라도? 하는 거 말고..

그냥 멍하니 창밖 바라보며

노래 듣고, 간간히 수다 떨고..

차 한잔 마시면서 이 시간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친구..

내가 비를 너무 좋아하기는 해..

너무 좋아해서..

나만큼 비 좋아하는 사람을 아직은 못 본 것 같아.

내 동생이 빗소리 좋아한다 하더구먼...

동생은 너무 멀리 산다.

아.......

이 빗속에

전깃줄에

다섯 마리 때까치들이 빗물샤워를 즐기는 건지 

더위를 시키는 건지..

두 마리 날아가 버리고 세 마리 앉았다.

너희는 참 건강해 보인다.

이 비가 두렵지 않니?
주먹만 해가지고는 

너 보다 천 배는 클 것 같은 나도 그냥 바라 보고만 있는데 말이다.

흐...

다 날아가고 한 녀석 남았다.

저 녀석은 비가 진짜 좋은 모양이다.

나랑 친구 해도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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