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거품이

그냥. . 2023. 7. 6. 22:01

무슨 옹달샘도 아니고

캔을 열었는데 폭죽처럼 터졌다.

모니터로 책상 위로

어.............. 휴지 하는데 그게 끝이 아닌 거다.

지가 유전인 줄 아나 샘물인 줄 아나 뽀끌뽀글

넘쳐흐른다.

모니터 쓱 닦고,

창문 스윽 닦고..

품어져 쟁반 위로 쏟아지기 전  맥주를 들이켜고 또 들이키고..

이게 뭔 일이여.

며칠 전에 냉동실에 하룻밤 재웠다가 마신 맥주가 너무 시원하게

맛나서

오늘도 그 맛을 느껴보겠다고..

사실 나 오늘 좀 피곤했거든

벨소리에 졸아서는..

혹시 건강검진 한 곳에서 걸려 온 전화일까 봐서 말이야.

안 좋으면 전화 오더라고 예약도 잡고 어쩌고 저쩌고 하느라고..

그래서 평소보다 더 자주 울리는 것 같은 벨소리에 

쪼그려 드는 내가 참.. 

경험 있으니 더 무서운 건지..

그냥 겁이 많은 건지 모르겠어.

내일까지는 아마 조마조마하지 않을까? 싶어.

다음 주로 넘어가면 괜찮으니까 연락 없는거겠지. 뭐.

근데 저 뽀글뽀글 샘솟는 맥주는 언제까지 저럴까?

좀 잠잠해지기는 했는데도 거품이 조금씩 밀려 나오고 있어.

근데 웃기는 건 뭔지 알아.

딱 거기까지야. 탄산만 품어 내고 나머진 아직 얼음인가 봐.

반쯤의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안 나와 이런 이게 뭐야.

너무 늦게 내놓은 거겠지 냉장고에..

아까 엄마 치과 다녀오는 길에 이따  마시려고

냉동실에서 냉장고로 옮겨 놨었는데

반만 녹고 반은 안 녹았네.

아님..

탄산만 안 얼고 물만 얼었나?

암튼 지간에 언제 녹아 마시지?

캔의 반의 반은 쟁반이 마시고, 

 그 반의 반은 키친타월을 적시고

그 반의 반은 내 목구멍을 스치듯 지나가고

나머지 반은 얼음이라니..

어쩐지 김여사 살얼음맥주 잘도 만들어 마신다 했다.

저어기...

옆집아저씨 담장 위에 고양이 한 마리 앉아 있다.

마치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가로등 불빛에 이쁘네

모니터 불빛 위에 나도 이쁘냐? 야옹아?

흐흐흐흐

무섭다고?
하긴 플래시 가지고 어릴 때 사내아이 녀석들 장난 많이 쳤다.

정말 무섭긴 하드라.

아가들 피해 담장에서 휴식 취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 자란듯한? 그만 젖 먹어도 될 것 같은 네 마리 아기 고양이에게

아직도 젖을 물리고 있는 엄마 고양이..

내 꽃밭 한쪽이 반들반들하다 고양이들이 하도 비비고

뛰고 뒹굴고 놀아서..

저것들이 좀 더 크면 안 그러겠지 하고 있는데

사실 쪼끔 꽃 상하는 것이 속상하기는 하다.

그나저나 이 맥주 언제 녹나....

맥주 녹는 거 기다리다가 날 새는 거 아니야?

새끼들이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는 엄마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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