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옹달샘도 아니고
캔을 열었는데 폭죽처럼 터졌다.
모니터로 책상 위로
어.............. 휴지 하는데 그게 끝이 아닌 거다.
지가 유전인 줄 아나 샘물인 줄 아나 뽀끌뽀글
넘쳐흐른다.
모니터 쓱 닦고,
창문 스윽 닦고..
품어져 쟁반 위로 쏟아지기 전 맥주를 들이켜고 또 들이키고..
이게 뭔 일이여.
며칠 전에 냉동실에 하룻밤 재웠다가 마신 맥주가 너무 시원하게
맛나서
오늘도 그 맛을 느껴보겠다고..
사실 나 오늘 좀 피곤했거든
벨소리에 졸아서는..
혹시 건강검진 한 곳에서 걸려 온 전화일까 봐서 말이야.
안 좋으면 전화 오더라고 예약도 잡고 어쩌고 저쩌고 하느라고..
그래서 평소보다 더 자주 울리는 것 같은 벨소리에
쪼그려 드는 내가 참..
경험 있으니 더 무서운 건지..
그냥 겁이 많은 건지 모르겠어.
내일까지는 아마 조마조마하지 않을까? 싶어.
다음 주로 넘어가면 괜찮으니까 연락 없는거겠지. 뭐.
근데 저 뽀글뽀글 샘솟는 맥주는 언제까지 저럴까?
좀 잠잠해지기는 했는데도 거품이 조금씩 밀려 나오고 있어.
근데 웃기는 건 뭔지 알아.
딱 거기까지야. 탄산만 품어 내고 나머진 아직 얼음인가 봐.
반쯤의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안 나와 이런 이게 뭐야.
너무 늦게 내놓은 거겠지 냉장고에..
아까 엄마 치과 다녀오는 길에 이따 마시려고
냉동실에서 냉장고로 옮겨 놨었는데
반만 녹고 반은 안 녹았네.
아님..
탄산만 안 얼고 물만 얼었나?
암튼 지간에 언제 녹아 마시지?
캔의 반의 반은 쟁반이 마시고,
그 반의 반은 키친타월을 적시고
그 반의 반은 내 목구멍을 스치듯 지나가고
나머지 반은 얼음이라니..
어쩐지 김여사 살얼음맥주 잘도 만들어 마신다 했다.
저어기...
옆집아저씨 담장 위에 고양이 한 마리 앉아 있다.
마치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가로등 불빛에 이쁘네
모니터 불빛 위에 나도 이쁘냐? 야옹아?
흐흐흐흐
무섭다고?
하긴 플래시 가지고 어릴 때 사내아이 녀석들 장난 많이 쳤다.
정말 무섭긴 하드라.
아가들 피해 담장에서 휴식 취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 자란듯한? 그만 젖 먹어도 될 것 같은 네 마리 아기 고양이에게
아직도 젖을 물리고 있는 엄마 고양이..
내 꽃밭 한쪽이 반들반들하다 고양이들이 하도 비비고
뛰고 뒹굴고 놀아서..
저것들이 좀 더 크면 안 그러겠지 하고 있는데
사실 쪼끔 꽃 상하는 것이 속상하기는 하다.
그나저나 이 맥주 언제 녹나....
맥주 녹는 거 기다리다가 날 새는 거 아니야?
새끼들이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는 엄마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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